호주서 또 날았다, 신곡초교 축구 태극전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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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7면

호주 캉가컵에서 우승한 의정부 신곡초등학교 축구팀 선수들이 12일(현지시간) 메달을 목에 걸고 포즈를 취하고 있다. 신곡초가 캉가컵 우승을 거머쥔 것은 올해가 여섯 번째다. 김봉현 주 호주대사(오른쪽 둘째), 이갑순 호주 한인축구협회 캉가컵 홍보대사(왼쪽 둘째) 등이 이들을 격려했다. [주호주 한국대사관]

초등학교 ‘태극전사’ 축구팀이 남반구 최대의 유소년 축구대회를 평정했다. 지난 12일(현지시간) 호주 캔버라에서 종료된 제23회 캉가컵(Kanga Cup) 대회에서 우승한 경기도 의정부 신곡초등학교 축구팀 얘기다. 캉가컵은 국제축구연맹(FIFA)과 아시아축구연맹(AFC)이 공인한 대회로 매 대회마다 200여 개팀, 4000~5000명 선수들이 출전한다. 올해는 호주에서 230개팀, 다른 나라에서 20개팀이 참가해 역대 최대 규모로 치러졌다. 신곡초가 우승한 건 12세 이하 팀 토너먼트 부문 .

 지난 12일 오후 캔버라 시내의 한 한식당. 김봉현 호주 주재 한국 대사를 비롯한 한국 교민들, 신곡초와 자매결연을 맺은 호주의 유소년 축구팀 모나로 팬더스 임원진 등 20여 명이 귀한 손님들을 기다리며 창 밖만 내다봤다. 까맣게 그을린 얼굴에 장난끼 가득한 표정의 남자 어린이 10여 명이 식당으로 들어서자 “챔피언들이 왔다(Here come the champions!)” 연호와 함께 우렁찬 박수가 터졌다.

 신곡초가 캉가컵 대회를 휩쓴 건 올해로 여섯 번째. 2005년 첫 참가한 이후 한 차례를 빼고는 모두 우승했다. 현지의 내로라하는 유소년 축구 클럽은 물론, 축구에 관심이 있는 호주 청소년들이면 대부분 ‘싱곡(Singok)’이라는 이름으로 알고 있을 정도로 유명하다.

 신곡초 축구의 저력은 개인기와 팀워크에서 나온다. 체격이 좋은 호주 유소년들이 힘의 축구로 밀어붙이지만 신곡초 선수들은 그 격차를 기술로 메꾼다. 신곡초는 전국 축구 꿈나무들이 유학을 오는 축구 명문이다. U-20 남자 월드컵 국가대표 연제민(20·수원 삼성 블루윙즈), 지난해 AFC U-16 챔피언십 청소년 대표로 득점상을 탄 황희찬(17·포철공고) 등이 신곡초 출신이다.

 신곡초의 든든한 지원군은 호주 모나로 팀이다. 신곡초가 출전 첫 해에 우승하자 현지 축구클럽들이 너도나도 자매결연 하자며 러브콜을 보냈다. 신곡초는 실력이 비슷한 모나로를 파트너로 낙점했고, 두 팀 선수들은 필드를 넘나들며 우정을 쌓았다. 한국과 호주에서 국제대회가 열려 출전하면 주최국 선수 집에서 홈스테이를 하며 함께 훈련했다. 신곡초 축구팀 김상석 감독은 “모나로 학부모들이 자기 아이들 경기가 진행 중인데도 우리 팀 경기를 응원하러 왔을 정도로 우리 선수들을 챙긴다”며 “한국에서 훈련할 때도 잔부상이 잦았는데 계절이 반대인 호주에 와서는 아이들이 감기 한 번 걸리지 않았다”고 말했다. 두 팀의 끈끈한 유대가 우승 원동력이 됐다는 설명이다.

 모나로 매니저로, 통역을 맡은 교민 앤디 김(한국명 김영익)도 아이들에게 하루 한 끼 점심만은 한식을 먹여야 한다며 온 가족이 총출동해 끼니를 챙겨줬다. 앤디는 “호주에서 지낸 지 오래됐지만 현지인들이 신곡초 선수들을 챙기는 것만큼 외국인을 따뜻하게 대하는 것을 본 적이 없다”며 “한국 교민으로서, 이렇게 인정받고 사랑받는 아이들이 너무 고맙다”고 말했다.

 호주 사우스웨일스주의 주간지 퀸베얀 에이지는 ‘올해도 빛난 신곡과 모나로의 우정’이라는 제목의 기사로 두 팀을 집중 조명했다. 김봉현 대사는 “어린 친구들이 먼 나라에서 민간 외교 사절 역할을 톡톡히 했다”며 “앞으로 태극 마크를 가슴에 단 모습을 기대하겠다”고 격려했다.

캔버라=유지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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