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치동 강사보다 잘 가르치는 선생님…수업 집중 할 수밖에"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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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 1910년 3월 휘문의숙(휘문고 옛이름, 고종황제가 하사)의 제1회 졸업식이 열렸다. 이날 32명의 졸업생을 배출했다. 2. 야구부 연습 모습. 휘문고는 1907년 우리나라 최초로 고교 야구부를 창설했다. [사진 휘문고]

Q. 자율형사립고에 지원한 이유는.

A. 면학 분위기가 좋다고 소문난 게 선택에 큰 영향을 끼쳤다. 일반고에는 대학 갈 생각 없는 학생도 많지 않나. 그런 학생 한둘이 반 전체의 수업 분위기를 망친다고 들었다. 학교 교육과정이 자유롭게 편성돼 있는 것도 장점이다. 인문·자연계열을 나누는 2학년 때부터 이과는 사회 과목을 안 배우고, 문과는 과학 과목을 두 시간만 한다. 기술·가정 같은 과목은 아예 안 배운다.

Q. 서울 강남 지역에 중동·세화·현대고 등 다른 자사고도 많다. 굳이 휘문고를 선택한 이유는.

A. 특히 중동고와 휘문고 둘을 놓고 고민한 학생이 많다. 둘 다 공부 잘하는 학교로 소문나 있지만 이 두 학교는 학교 성향이나 분위기가 많이 다르다. 대치동 부모 사이에 휘문고는 연세대, 중동고는 고려대 분위기라는 얘기가 있을 정도다. 중동고는 학교 규칙이나 선후배 규율이 엄격한 반면 단결이 잘된다. 휘문고는 자유로운 편이다.

3. 1920년대 일제강점기 때 이뤄진 원어민 교사의 영어 수업 모습. 4. 1910년대 학생들이 운동장에 모여 체육 수업을 하고 있다. [사진 휘문고]

Q. 어떤 부분이 자유롭나.

A. 일단 학교 규율이 엄격하지 않다. 지켜야 할 최소한의 선을 넘지 않으면 최대한 학생을 존중한다. 공부에만 집중하도록 배려하는 거다. 두발도 파마나 염색을 하지 않으면 크게 단속하지 않는다. 선배 중에 여자 같은 단발 스타일을 하고 다니는 사람이 있을 정도다. 엄하게 규제 안 해도 다들 문제를 안 일으킨다는 걸 학교가 안다. 교사와 학생 간의 신뢰가 있기 때문에 가능한 일이다.

Q. 선후배 관계는 어떤가.

A. 편하다. 어떤 자사고는 선배 앞에서 주머니에 손 넣고 있으면 뒤통수 한 대 맞는다더라. 버스에 자리가 나도 1학년은 앉지 못하고 서 있어야 한다고 들었다. 하지만 휘문고는 다르다. 선배라기보다 옆집 형처럼 친근하다. 인사 안 해서 방과 후에 남아 기합받는다거나 하는 그런 문화는 전혀 없다.

Q. 강남 지역 아이들이 많겠다.

A. 의외로 다른 지역 학생이 꽤 있다. 강남·서초·송파 외 지역 중학교를 졸업한 사람이 한 반에 30%다. 광진구나 관악구에서 온 친구가 많다. 1학년 때는 강남과 비강남 지역 학생 간 경쟁의식 같은 게 있는데, 한 학기만 지나면 서로의 장점을 인정하고 배우려고 노력한다. 다양한 지역에서 온 학생과 함께 고교 시절을 보내는 게 좋은 경험인 것 같다. 우물 안 개구리에서 조금 벗어나는 느낌이랄까.

Q. 휘문고 오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 때는.

A. 일반고 수업 분위기에 대해 들었을 때다. 일반고는 수학 수업 시간에 나가서 축구를 하는 학생도 있다더라. 선생님이 말도 없이 수업에 안 들어오는 곳도 있다고 들었다. 친구가 ‘수업 중’이라며 동영상을 찍어 보내줬는데, 학생들이 교실을 자유롭게 돌아다니고 있더라. 우리 학교의 쉬는 시간보다 더 정신이 없었다. 상상도 할 수 없는 일이다.

Q. 수업 분위기가 좋나.

A. 대놓고 엎드려 자는 사람은 없다. 수업을 들으려고 노력하다가 꾸벅꾸벅 조는 학생이야 있지만. 잘 가르치는 선생님의 수업에선 이런 사람을 찾기도 어렵다. 학생 모두 선생님들의 실력을 인정한다. 몇몇은 대치동 유명 강사보다 잘 가르친다고 소문이 나 있다. 눈에 불을 켜고 수업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

1학년 창의체험활동 시간에 하는 연극 수업을 통해 학생들은 창의력과 표현력을 기른다

Q. 동아리 활동은 어떻게 하나.

A. 매주 금요일 두 시간 동안 한다. 수학부·기악부·휘문모의유엔·생명과학부 등 모두 51개 동아리가 있다. 동아리 활동을 하면서 학업이나 진로에 도움을 받기도 한다. 예를 들면 의사가 꿈인 학생이 수학부에서 활동하면서 통계학이 의학에 미치는 영향에 대해 연구·분석하는 방식이다.

Q. 급식 맛은 어떤가.

A. 처음보다 많이 맛있어졌다. 휘문중이랑 급식이 분리되면서 좀 더 신경 쓴 것 같다. 남학교는 고기 반찬의 빈도수가 중요하다. 돈가스·제육볶음·소시지 무침과 같은 메뉴가 자주 나온다. 여름에는 입맛 없는 학생을 위해 냉면·메밀국수 등 계절 메뉴도 선보인다.

전민희.김경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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