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래도 조개잡이는 쉴수없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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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이번 괴질의 첫환자를낸 전북옥구군미면신풍리 난민수용소는 금강어구의 해안에 다닥다닥붙은 판자촌이다.
북쪽으로 장항제련소의 높온 굴뚝을 마주보는 이 마을은 조개류가 괴질의 전염 매개체라는 보사부의 발표를듣고 모두 놀란 표정들 이다.
출어 중지당한 어선 20여척이 마을앞 축항에 매어져 있었으나 조개잡이 아낙네들은 4일에도 여전히 조개를 따러 갯가에 나갔다.
3백36가구 1천5백명의 주민돌이 약3백m 길이의 해안 판자촌에 살고 있는 이마을은 고기와 조개없이는 살아갈수 없는 사람들로 가득차 있다.
2백여가구가 어민으로 선주가 30여가구,선원이 1백70여가구,조개잡이를 생업으로 삼고있는 집만도 1백여가구.
그래서 이마을은 조개를 먹고 조개를 팔아 살아가야하는 어쩔수없는 환경에서 「콜레라」 니,「장염 비브리오성 식중독」이니 말썽이 되고있는 이번 괴질의 첫 희생자를 낸것.
주민들은 대부분 6·25동란으로 이북에서 남으로 피난와 군산주변에서 방황하다 이곳에 정착한지 18년-.
.당시 맨주먹 뿐이었고 주민들은 바다에 널린 조개를잡아 생계를 이어왔고 지금은 주민들 가운데 조개잡이로 돈을모아 40여척의 어선을 산 가구도있다.
이 마을수용소에는 월남피난민중 특히 황해도 사람들이 많아 부근 군산·옥구 주민들이 별칭『황해도청 소재지』라 부르는 마을.
이번 괴질 소동을 10여명의 환자를 냈다.
판잣집 벽들은 모두 검게 썩었고 생선비린내를 가득담은 어망과 생선상자가 곳곳에 쌓여있고 골목마다 반지락·아사리등 조개껍질이 길을 메우다시피했다.
이같은 판자촌골목에 옥구보건소는 괴질이 발생한 이후 두차례 소독을했고 전주민들에게 「콜레라」예방 「백신」을 주사했으나 환자가 발생한 집에는 출입금지 팻말조차 붙이지 않고 그대로 버려두고 있다.
생선냄새로 찌든 마을앞 부두에는 괴질소식은 모르는양 어린 개구장이들이 어머니가 따온 조개를 줍고 있었고 출항정지로 발이묶인 선원들이 한가몸게 장기등을 두고있어 대조를 이루고 있었다.
군산과 옥구면 경계선에 자리잡은 이 마을 바로 옆에는「청구목재」 「콜레라」오염국인 「인도네시아」등지에서 들여온 나왕원목이 산더미처럼 쌓여 있었다.
이 윈목을 산어오는 외항선를이 바로 이마을앞 바다에까지 정박하기 때문에 주민들은 지난18년동안 항상「콜레라」오염걱정으로 불안해왔다 한다.
옥구보건소는 괴질이 나타난뒤 8일만인 4일하오에야 뒤늦게 이들 원목을 열심히 소독하고었었다.
장염「비브리오」식중독과「콜레라」의 위험속에서 용하게도 18년동안을 탈없이 지낸 주민들은 모두가 하루살이기 때문에 오늘도 조개잡이를 쉴수없는 딱한 실정.
눈이오나 비가오나 8㎞나 떨어진 미면 오개천앞 갯벌에서 조개를 잡아 하루2,3백원씩 의수입으로 생계를 잇고있는 1백여명의 조개잡이 아낙네들은 4일에도 어쩔수없이 조개를 따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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