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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中, 부채 늪에 빠져 10년간 연 3% 저성장 접어들 것”

중앙일보

입력

‘닥터 둠’에게 중국 경제 조언하는 괴짜 경제학자 마이클 페티스 교수

마이클 페티스(Michael Pettis·55·사진). 중국 베이징(北京)대 광화관리학원(光華管理學院) 교수다. 외국인으로선 중국 대학에서 최초로 정교수가 된 이다. 그는 뉴욕 컬럼비아대학에서 경제학 석사 학위를 받은 뒤 MBA 과정을 이수했다. 투자은행인 베어스턴스와 크레디트스위스 임원 등을 역임했다.

중국과의 인연은 우연히 시작됐다. 2001년 중국 여행을 왔다가 현지에 매료됐다. 이후 월스트리트 생활을 접고 중국으로 이주해 오늘에 이르렀다. 미 의회에서 중국 경제 전망에 대해 증언할 정도로 실력을 인정받지만, 베이징에선 언더그라운드 클럽을 운영하며 재능 있는 록 음악 뮤지션들을 발굴하는 괴짜이기도 하다. 중국 최대의 독립 기획사까지 운영하는 등 ‘중국 언더그라운드 음악의 대부(代父)’로 통한다. ‘닥터 둠’ 누리엘 루비니 뉴욕대(경제학) 교수가 그에게 중국 경제에 대해 조언을 청할 만큼 중국 경제 전문가로 통한다. 페티스 교수와의 인터뷰는 12일 베이징에 있는 그의 기획사 사무실에서 이뤄졌다. 인터뷰 동안에도 아래층에선 공연 연습이 한창이었다. 다음은 일문일답 요지.

-중국 경제가 심상치 않다는 진단이 나오는데.
“중국 경제는 투자를 통해 경제발전을 꾀한다는 점에서 다른 많은 국가와 똑같다. 예를 들어 1930년대 독일, 50년대 소련, 60년대 브라질, 80년대 한국이 바로 그랬다. 이 모델의 문제는 초기에는 엄청난 성장이 가능하지만 나중에 가선 결국 예외 없이 부채 문제에 봉착한다는 것이다. 70~80년대 소련이 그랬고 90년대 일본이 그랬다. 투자는 보통 사회 인프라와 제조업에 몰린다. 하지만 국가에 의한 투자가 빠른 속도로 증가하다 보면 더 이상 투자할 곳이 마땅치 않게 된다. 결국 남는 건 그간 늘어난 부채뿐이다. 이런 상황에 도달하기 전에 국가는 당연히 경제발전 모델을 바꿔야 한다.”

-같은 모델을 채택한 중국도 예외가 아니란 점을 강조하고 싶은 것 같다.
“그렇다. 중국이 다른 국가와 다른 점이라면 그 투자 규모가 이전에 우리가 경험하지 못한 엄청난 수준이라는 것이다. 이런 문제를 갖고 있는 국가들은 심각하게 높은 투자율을 보이는 게 일반적이다. 예를 들어 한국과 일본도 한때 인프라와 제조업에 대한 투자가 국내총생산(GDP)의 40%에 육박했다. 그것도 엄청나게 높은 수치인데, 중국은 현재 50%를 상회한다. 즉 부작용도 다른 어떤 나라보다 더 클 것으로 예상된다.”

-중국 경제는 가까운 장래에 어떨 것 같나.
“중국은 매우 힘든 구조조정기를 겪게 될 것이다. 나는 이미 2005년부터 이것을 경고해왔다. 내 경고를 무시했던 사람들도 2009년부터 이것이 가시화되는 것을 보기 시작하며 내 의견에 공감을 표해오곤 한다. 요즘 중국 정부의 가장 큰 골칫거리가 부채 문제인데 이를 서둘러 해결해야 한다.”

-단기간에 부채 증가 추세를 막긴 어려운데.
“그게 문제다. 이론상으론 투자로 들어가는 대출을 규제하면 된다. 하지만 이렇게 되면 경제성장이 위축된다. 낮은 투자로 인한 경기위축을 만회할 수 있는 유력한 방법은 국내 소비를 늘리는 거다. 하지만 이것도 쉽지 않다. 중국의 GDP에서 가계가 차지하는 비중은 역사상 가장 낮은 50% 안팎이다.”

-가계 소득을 높여야 된다는 뜻인가.
“문제는 그것을 어떻게 하느냐 하는 것이다. 오직 한 가지 방법밖에 없다. 정부가 갖고 있는 돈이 가계로 흘러가게 하는 것이다. 그런데 그게 정치적으로 무척 힘들다. 예를 들어 농지 소유권을 농부에게 주는 것이 하나의 방법이다. 하지만 이것도 각종 이권과 복잡하게 얽혀 있다. 중국 지방정부의 수입 중 큰 부분은 토지와 관련된 규제와 사용권에서 나온다. 당연히 지방정부는 중앙정부의 의견에 반대할 수밖에 없다.”

-리커창 총리가 추진하고 있는 후커우(戶口·거주 이전과 직업선택을 제한한 중국 특유의 호적제도) 개혁에도 반대세력이 많은 것 같다.
“그렇다. 후커우제도가 있는 상황에서 농민이 대도시에 가면 (후커우가 없기 때문에) 자녀를 도시 학교에 보내지 못하고 의료 혜택도 받지 못한다. 이런 차별 때문에 원래 가난했던 이들은 더 가난해질 수밖에 없다. 후커우제도를 개혁해 농촌 아이들이 신분상승 기회를 얻을 수 있도록 해야 한다. 하지만 베이징이나 상하이 같은 대도시의 지방정부는 자신들의 예산이 외지인에게 쓰이는 걸 꺼려한다.”

-중국 경제의 향후 성장률을 얼마쯤으로 보나.
“앞으로 10년간 중국의 성장률은 매년 3~4%대로 떨어질 것이다. 물론 너무 낮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지금은 연 7% 성장이 목표치가 됐지 않나. 앞으로 우린 3개월마다 애널리스트들이 중국의 성장률을 하향 조정하는 것을 보게 될 것이다.”

-당신의 비관론에 중국 정부가 거부감을 보이진 않나.
“그렇지 않다. 중국 내 저명한 경제학자 중에도 내심 내 의견에 공감하며 중국 경제의 미래를 나보다 더 걱정하는 이가 많다.”

-중국 경제 가운데 낙관하는 부분은 없나.
“리커창 총리가 현재 추진하는 고통스러운 개혁(투자 감축과 가계 구매력 향상을 위한 부의 재분배)이 옳은 방향으로 향하고 있다고 생각한다.”

-이런 개혁이 세계 경제에 미치는 여파는.
“나라마다 다르다. 예를 들어 중국 내 인프라 건설에 필요한 철강류를 수출해온 국가는 큰 타격을 받을 것이다. 중국은 전 세계 철강의 60%, 구리의 40%를 소비한다. 하지만 국가가 추진하는 인프라 건설을 줄이는 추세인 만큼 당연히 원자재 수입량도 줄어들 것이다.”

-한국 경제에 주는 시사점은.
“중국이 조정기를 거치면서 투자는 분명 줄어든다. 한국 기업 중에서 공작기계 같은 생산설비를 만드는 기업은 어려움을 겪을 수밖에 없다. 다행히 한국 기업들은 대개 소비재 중심으로 중국에 진출해 있다. 중국의 평균 성장률이 내 예측대로 연 3%가 될지라도 가계 소비 증가율은 그보다 높은 5% 정도가 될 것이다. 그래도 그 정도면 전 세계에서 가장 높은 수준 아닌가.”

베이징=써니 리 칼럼니스트
boston.sunny@yah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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