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통계 업무의 일원화 시비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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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통계업무의 일부를 기획원이 이관 받으려 함으로써 또 다시 논란의 대상이 되고 있다. 기획원은 산하의 통계전문위원회의 결의를 얻어 생산지수, 도매물가지수 등 작성 업무를 산은 및 한은으로부터 이관 받기로 방침을 굳히고 곧 실행에 옮길 것이라 한다. 그리고 기획원은 각종 통계의 기준 연도를 70년도로 잡아 개편할 뜻도 아울러 밝히고 있다.
기획원의 이러한 방침에 대해 한은을 비롯한 전경련·상의 등 기관 및 단체들은 반대 의견을 내세우고 있는 듯 하다. 이들의 논거는 통계의 어용화 및 조작 등 가능성으로 통계의 신빙성을 떨어뜨릴 뿐만 아니라 정치적으로 이용될 위험성이 있다는 것이다.
통계 문제에 대합 논의가 번번이 제기되는 것은 우선 그 사실 자체가 이 나라의 정치적 후진성을 그대로 반영하는 것이라 할 것이다. 그동안에도 외환무역통계의 일원화 작업과 생산지수작성 기관에 관한 논의가 있었다. 또 한때 소비자물가지수 이관과 그 가중치 수정에 대한 논란도 있었다. 이러한 일련의 논의는 그 때마다 행정 당국자들의 입장이 곤란할 때 제기되었던 것이며 일부 통계 방식의 개편이나 업무이관이 당국자 입장을 유리하게 만들었던 저의도 숨길 수 없는 사실이라 할 것이다.
따라서 통계를 통계로 다루려는 것이 아니라 정책 당국자의 자세로, 마치 정책의 도구인양 통계를 다루려는 경향이 뚜렷이 흐르고 있었던 것이다. 이러한 통계관은 자유당 말기에 비롯된 것이었으며 이른바 유능하다고 일컬어지는 당국자일수록 통계의 정치적 이용을 즐기고 있는 것은 하나의 경향이었다 할 것이다.
이번 기획원 당국의 움직임이 반드시 그러한 전례를 계승하려는 것으로 보고 싶지는 않지만 통계를 기획원이 전적으로 독점할 이유가 분명한 것인지는 기획원으로서 납득할 수 있을 만큼 설명해야 할 것이다. 우리의 경우, 아직까지 통계를 일원화시켜야 할만큼 통계의 기술이 발전된 것도 아니며, 당분간은 다원적인 통계 작성을 계승할 필요성이 높다할 것이다. 통계 작성 기관에 따라서 통계치가 각기 달라진다는 것은 그만큼 통계 기술 수준이 낮기 때문이라 할 것이며, 때문에 경쟁적인 통계 작성으로 통계의 질적 향상을 기하는 것이 좋다할 것이다.
더우기 물가지수 통계를 중앙은행에서 빼앗는다는 것은 어느 모로 보아도 납득할 수 없음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중앙은행의 고유한 기능이 화폐 가치의 안정에 있고 따라서 중앙은행은 물가 안정을 위한 화폐 관리를 그 기본적인 업무로 하는 것이다.
때문에 중앙은행은 자신의 정책적 성과를 스스로 평가하기 위해 물가동향을 조사해야 할 입장에 있는 것이며 한은법이 이를 의무화시키고 있는 이유도 바로 그런데 있는 것이다.
기획원은 한은의 물가지수에 불만이 있다면 한은의 통계 작성권을 빼앗으려고 할 것이 아니라 따로 작성해서 경쟁적으로 발표하는 것이 옳을 것이며 이용자가 그 정부를 평가하도록 하는 것이 타당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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