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1호 '위안부 소녀상' 30일 제막 … 일본계 주민들 공청회 몰려와 소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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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캘리포니아주 글렌데일에 세워질 해외 1호 일본군 위안부 소녀상(사진) 제막을 앞두고 일본계 현지 주민들이 거세게 반발했다. 9일(현지시간) 글렌데일시가 마련한 ‘평화의 소녀상’ 관련 공청회 자리에서다.

 이날 회의에선 참석자의 절반을 넘는 80여 명의 일본계 주민들이 자리를 채웠다. 40여 명은 자리가 없어 회의장에 들어가지 못했다.

회의가 시작되자 이들은 앞다퉈 발언을 신청했다. 이번 공청회 논의 주제인 소녀상의 디자인은 관심 밖이었다. 여든을 훌쩍 넘긴 노인부터 글렌데일에서 나고 자란 2세, 은퇴한 교수와 유명 건축가까지 발언대에 서서 “일본군 위안부는 역사 날조” “글렌데일은 한·일 외교 문제에서 발을 빼라” “위안부는 매춘부” 등 날 선 발언을 토해냈다. 앤디 나오키라는 주민은 발언 제한 시간 2분을 넘기며 “제대로 진실을 검증했다는 서류를 제출하라. 매춘부를 기념하는 도시가 어디 있느냐”고 목소리를 높였다. 일본계 여성들도 한목소리였다. “매춘부들은 일본 장교보다 많은 돈을 벌었다” “미국도 6·25전쟁에서 한국 위안부를 이용했다”고 주장했다.  

20여 명이 참석한 한국계 주민들은 침착하게 대응했다. 알렉스 우 글렌데일 자매도시위원장은 “소녀상은 일본을 처벌하자는 게 아니라 진정한 평화와 화해를 이루자는 하나의 약속”이라고 강조했다.

 한인사회에선 전 지지(時事)통신 로스앤젤레스 특파원 고토 요시히코(後藤英彦)가 현지 일본 커뮤니티 신문에 실은 기명 칼럼에서 ‘위안부 조형물 철거를 요구하자’고 주장한 것이 이번 일본계 주민 항의 사태를 촉발한 것으로 보고 있다.

 글렌데일 시의회는 지난 3월 평화의 소녀상 건립을 의결했다. 한인 단체인 가주한미포럼이 주도, 한인 모금을 통해 3만 달러(약 3300만원)의 제작비를 모았다. 이달 30일 글렌데일 공립 도서관에서 제막식을 한다.

LA지사=구혜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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