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원자재 수퍼사이클 아직 끝나지 않았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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헤이그 대표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는 수급보다는 오히려 외부변수에 의해 출렁거렸다. 유럽발 위기나 달러화 등락에 따라 올랐다 내렸다 하는 식이다. 하지만 최근 들어 원자재는 수급이 가격을 좌우하는 정상적인 형태를 거의 회복했다. 품목별로 수급 상태를 주시하며 원자재 투자를 고려해 볼 때다.”(마이클 헤이그 소시에테제네랄 글로벌 원자재 리서치 대표)

 유럽계 금융회사인 소시에테제네랄(SG)이 올 하반기 원자재 가격 전망과 투자법을 소개하는 기자간담회를 열었다.

 SG 분석에 따르면 2008년 금융위기 이후 원자재 시장은 원자재 자체의 수급(펀더멘털)보다는 세 가지 외부변수가 주로 좌우했다. 즉 각종 거시경제지표와 달러화 가치, 금리 방향성 같은 유동성 지표가 원자재 값을 움직였다. 리먼브러더스 파산 이후 브렌트유는 이런 외부요인이 가격을 좌우하는 비율이 무려 70%에 달했다. 원유 수급 자체가 가격에 미치는 비중은 고작 30%에 불과했다는 얘기다. 하지만 이 비율은 지난달 말 기준으로 67%까지 올라왔다. 다른 원자재도 비슷한 추세다. 비철금속도 최근에는 자체 수급이 가격을 결정하는 비중이 85%에 달한다. 대두(89%)와 밀(98%)은 이 비율이 더 높다.

 마이클 헤이그 대표는 “펀더멘털이 원자재 가격을 결정하는 비중이 커졌다는 것은 원자재 간 가격이 독립성을 회복했다는 의미”라며 “원자재별로 수급상황과 생산비용 등을 주시할 경우 향후 가격 향방을 점칠 수 있어 안정적인 투자를 할 수 있다”고 말했다. 예를 들어 알루미늄의 경우 현재 판매가가 생산원가보다 20%나 낮다. 중국의 경기 부진 때문에 원자재 값이 전반적인 약세를 보이고 있지만 앞으로 경기회복이 가시화할 경우 낙폭이 지나친 원자재 값이 우선 반응할 수 있다는 것이다.

 SG가 이날 제시한 올해 주요 원자재 가격 전망은 밝지 않다. 원유는 이집트 사태로 오름세를 보이고 있지만 현 가격이 올 연말까지 유지될 것으로 보인다(브렌트유 기준 배럴당 110달러 선). 비철금속은 큰 폭의 하락도 없겠지만 중국의 인프라 투자 감소로 가격 상승 속도도 제한될 것으로 전망됐다. 반면 작황이 호조인 농산물은 약세가 불가피하다. 특히 귀금속 시장은 강한 약세가 우려된다. 현재 트로이온스당 1247.4달러(10일 기준)인 금은 연말까지 1200달러까지 하락할 것으로 SG는 내다봤다.

 하지만 일각에서 제기하는 원자재의 수퍼 사이클(장기적인 가격상승)은 아직 끝나지 않았다는 게 SG의 분석이다. 과거 원자재의 1차(1870∼1913년)와 2차(46∼73년) 수퍼 사이클은 각각 제1차 세계대전과 오일쇼크라는 뚜렷한 악재로 종료됐다. 반면 2000년 시작된 3차 수퍼 사이클은 아직 진행 중이라는 것. 현재 34억 명인 도시인구가 2030년에는 50억 명까지 늘면서 원자재 수요는 계속 늘어날 수밖에 없다는 점이 근거다. SG의 원자재 리서치 전략가인 마크 키난은 “단기적으로 수퍼 사이클 내에서 부분적으로 다른 주기들이 존재할 수 있지만 전체적으로 우상향하는 모습은 여전하다”고 강조했다.

 이날 SG는 주요 12개 원자재에 대해 품목별 수급을 조사해 향후 가격 동향을 점칠 수 있는 원자재인덱스(SDCI)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 지수는 품목별로 주요 창고의 재고량과 물동량 등을 조사해 지수화해 향후 가격 동향을 볼 수 있도록 했다.

윤창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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