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름방학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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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올해도 25일을 전후해서 각급학교가 일제히 방학으로 들어간다. 이때쯤이면 항상 교사생활을 하고있는 나는 여름방학이라는 것에대해 뭔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른 것을 느끼곤 한다.
1년에4개월씩이나 되는 여름과 겨울방학이 없었더라면 교사생활에 대한 매력이 훨씬 줄어들었을 것이다. 불과 한주일도 못되는 연휴를 받고도 좋아하는 다른 「샐러리맨」들을 볼때마다 긴1백20일 동안을 아무런 부담없이 내멋대로 지낼 수 있는 교사직에 다시금 애착을 느끼게 된다. 2, 3년전까지만 해도 학생들이 손꼽아 기다리는 심정 이상으로 여름방학이 기다려지곤 했었다. 그러나 이제는 여름방학을 맞이할때마다 해방감과 두려움을 함께 경험하지 않으면 안될 신세가 되어 버렸다. 어디서 불어온 것인지도 모를 세찬 「바캉스」바람의 세력권에서 벗어날 수 없는 것이 두렵다.
『이번 여름에는 어디로 가십니까?』라고 묻는 것이 만나는 사람마다의 인사말인데 『예…』하고 대답의 말머리를 꺼내지만 다음에 이을말이 좀처럼 나오지 않는다. 거짓을 말하자니 직업상 안돼고 그렇다고 진실을 말하자니 더욱 얼굴이 붉어질 것 같기 때문이다.
곰곰 생각해본다. 국가에도 보탬이 될 수 있고 나 개인도 떳떳하게 방학을 맞이할수 있는 것이 없는가하고 하나의 방안(?)을 생각해냈다.
우리나라의 각급학교에서 추운 겨울동안 난방을 위해 쓰는 연료값은 꽤 많을 것이다. 간단히 계산할 수는 없겠지만 연기로 날아가는 연료값으로 교실을 세운다면 1백개는 넘을 것이다. 국가에서 계획하고 있는 이외에 해마다 1백여개의 교실이 더 생겨나는 것이다.
그러면 콩나물시루같은 곳에서 공부하는 어린이들이 오래지않아 넓은 방안에서 마음껏 활개를 펴게 될 것이다.
그러면 국가에서 크게 걱정하는 교실문제가 저절로 가까운 앞날에 해결될수 있고 나도 부서움 없이 기쁜마음 만으로 긴 겨울방학을 맞이하게 될 것이 아닌가. 「꿩먹고 알먹는」방안으로 여름방학을 폐지하고 그 대신 겨울방학을 길게 해보면 어떨까하는 망상을 하고 나혼자 웃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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