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업전문교와 기간학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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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중학졸업자를 받아들여 5년간 교육해오던 실업전문교의 학제를 고교졸업자를 입학자격자로하여 2년간의 고등전문교로 개편하려는 문교부의 방침에 대하여 서울을 비롯한 부산·대전등지의 해당 5년제 고등전문학교재학생들은 일제히 반기를 들어 세인의 관심을 끌고있다.
주지되어있는 바와 같이 현행의 실업고등전문교는 지난63년의 군정당시 창졸지간에 우리나라 기간학제에 편입된 하나의 특례적인 교육기관으로서 원래 민주적 단선형기간학제를 택하고있는 우리나라 교육제도하에서는 그 자체가 이질적인 교육기관이었다 할 수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학교는 그동안 늘어난 전문기술직에 대한 사회적 수요에 힘입어 그졸업자 거의 전원을 해당전문기술직의 중견기능공으로 배출시키는 가운데 어느정도 정상적인 궤도에 오를 직전에 있었다해도 과언이 아닌줄 안다.
68년도의 경우, 전국 22개 공업·농업·해양수산계 고등전문교의 졸업생 1천5백52명중 입대자·진학자를 제외하고 거의 90%이상인 1천19명이 모두 해당전문기술직에 취업의 기회를 얻었던 것은 단적으로 이를 입증하는 것으로, 우리는 이들 졸업생들의 기능공으로서의 자질이실제 각기업체에서 요구하는것과는 거리가 있다는 것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현재의 5년제 실업전문교가 그동안에 성취한 성과를 결코 무시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문교당국자는 이번 학제개편의 중요한 이유로서 5년간이라는 수업기간중 중도이탈율이 평균 41.6%나 되어 국가적으로나 개인적으로 막심한 손실을 가져오고 있다는 점과, 오는 86년말까지 매년 약19만2천명씩으로 추산되는 엄청난 공급부족을 메우기 위해 고교졸업자에게 단기직업기술교육을 실시하는제도가 절실하다는 점등을 들고 있는 듯 하나 이것은 다음과갈은 이유로 신중을 결한 판단이라고 생각된다.
첫째, 이와같은 제도는 엄격히 구별되어야 할 실업계고교의 존재이유를 흔들어놓는 것이라 하지 않을수 없다. 현존하는 4백25개, 20여만학생인구를가진 실업계고교의 교육을 근본적으로 강화하고, 실업고교교육을 각산업기관과 연결시킴으로써 보다 우수한 전문기술공을 양성하는 제도가 보다 바람직하다 할것이다.
둘째, 이와같은 변칙적 교육기관의 남발은 그로 말미암아 인문고교와 초급대학등 정규교육기관의 존재이유와 기간학제의 근본취지에 배치되는 것이다. 오늘날 실업계고교까지가 주로 대학진학을위한 준비교육장으로 화한것은 학제의 잘못에 있다기 보다는 정부의 인사채용제도에 있어 쓸데없이 대학졸업자격등을 요구하기 때문임을 상기할 때, 보다 우수하고 보다많은 전문기술자를 확보하여야할 당위성을 인정한다 하더라도 성급하게 한나라의 기간학제에 변태를 가져오면서 학제개혁을 서둘러서는 아니될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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