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린이 게임시장, 우습게 보지 말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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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만이 알고 있는 비밀 하나를 공개한다. 아이들은 전자오락을 좋아한다는 것이다.

이게 무슨 비밀이냐고 생각할 것이다. 내 말은 아이가 있는 어떤 집에서건 꼬마 새미나 사라가 버튼을 눌러대며 화면속의 적들을(혹은 서로를) 능숙하게 물리치는 모습을 발견할 수 있다는 것이다.

하지만 게임 업계는 여전히 많은 시간과 공을 들여 컴퓨터나 비디오 게임들이 성인을 대상으로 한 것이라는 점을 설득시키려 하고 있다. 인터액티브 디지털 소프트웨어 어소시에이션(Interactive Digital Software Association)사에 물어보면 게임을 즐기는 이들의 평균연령은 28세이며 평균 6년 이상 오락을 즐겨오고 있다는 사실을 전해줄 것이다.

이제 기자는 기꺼이 게임 시장의 주요 공략 대상이 성인들임을 인정할 수 있다. 하지만 나는 최근 들어 게임 산업계가 지나치게 어린이들을 뒷전을 미뤄두고 있는 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지난 한해 아동 및 가족용 게임이 총 7억7천2백만 달러의 판매 실적을 올렸다는 점을 생각해보라. 이는 업계 전체 소프트웨어 판매량의 12%에 달하는 수치이다. 더군다나 이는 타 게임들에 비해 실질적으로 더 적은 마케팅 비용으로 이룬 것이다.

이런 생각은 지난주 해마다 이맘때 쯤이면 우후죽순처럼 열리기 시작하는 몇몇 언론사 제품 소개전들 중 올 들어 처음 열린 '7월의 크리스마스'전을 방문하면서 처음 들기 시작했다. 이들은 기본적으로 전문가들이 보기에 다가오는 명절 기간에 가장 인기를 끌 만한 장난감들을 선보이는 것이다. 그러나 올해의 '인기 장난감'엔 인형, 원격조종 경주용차, 만화 주인공 모형 등 과거와 별다를 것이 없었다. 비디오 게임들이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 눈에 띌 따름이었다.

타자 등장! 휴멍거스의 '뒷마당 야구'
분명 이것은 일개 소규모 행사일 뿐이다. 게임 개발사들은 분명 앞으로 명절맞이 제품 시사회들을 가질 것이고 이들 중 다수가 개별적으로 신작들에 대한 홍보 투어에 나설 것이다. 하지만 기자는 몇 가지 점에서 현재 게임 업계가 어린 소비자들에게 어떻게 접근하고 있는지(또 이들을 어떻게 끌어당기는지)를 충분히 파악할 수 있었다.

광고를 살펴보자. 게임 개발사들은 자사 주력 제품을 홍보하는데 만 큰 돈을 들이고 있다. 일례로 유비소프트(UbiSoft)사는 올 11월부터 내년 3월 사이 2천만달러를 들여 탐 클랜시 소설을 원작으로 한 게임 시리즈의 홍보에 나설 계획이다. 하지만 '뒷마당 야구(Backyard Baseball)'라는 게임의 광고를 자주 볼 수는 없을 것 같다.

이 게임은 인포게임사의 '뒷마당'시리즈의 최신판이다. 이 게임은 메이저 리그 스타들을 어린이로 묘사해 어린이들이 좀더 친숙하게 즐길 수 있도록 만들어졌다. 이 게임 시리즈는 출시 이래 계속해서 판매 실적 10위권 안에 들었다. 이 게임은 5년 전 첫 출시 이래 지금까지 5백만장 이상이 팔렸고(판매수익 5천만 달러) 모두 마케팅 비용을 크게 들이지도 않았다.

기자에게 충격적이었던 사실 하나 더. 성인들을 대상으로한 혁신적이고 독창적인 제품들이 수십 여개 나와 있는데 반해 어린이들을 위한 제품은 찾아보기 힘들다는 점이다. 기존의 유명 원작에서 파생된 시리즈물을 제외한다면 아동용 게임 상품은 거의 없는 상태다.

'통카(Tonka)', '건축가 밥(Bob the Builder)', '블루의 실마리(Blue's Clues)'를 비롯한 니켈로디언(Nickelodeon; 미국 어린이 전문방송) 에서 방영되는 모든 만화들은 관련 게임 상품들을 갖고 있다. 하지만 독자적인 아이디어에 기초한 아동용 게임을 찾기란 무척이나 어렵다.

다행히도 이런 흐름에서 벗어나고자 하는 게임 개발사가 하나 있다. 인포게임스의 자회사로 위에 언급한 '뒷마당' 시리즈를 개발한 휴멍거스 엔터테인먼트(Humongous Entertainment)는 아동들을 대상으로 한 일련의 독자적인 게임 캐릭터 상품들을 갖고 있다. '퀘이크(Quake)'를 즐기는 팬들은 잘 모르겠지만 3~10세 사이의 아동들과 이들의 부모들은 풋-풋 과 파자마 샘이라는 캐릭터를 알고 있을 것이다.

'해리 포터'는 EA사에 막대한 이득을 안겨줬다.
물론, 닌텐도 역시 오래전부터 독창적인 아동용 게임들을 내놓고 있지 않았느냐는 반론을 재기할 수도 있다. 이는 어느 정도 사실이다. 제대로 된 성인 남녀가 포케몬 게임을 정말 재밌게 즐기는 경우는 거의 없을 것이다. 하지만 닌텐도의 일부 아동용 게임들은 보다 다양한 연령대의 소비자들을 대상으로 한 게임으로 성장해 버렸다. 마리오는 물론 굉장히 재미있는 게임이지만 어린이들만을 대상으로 만든 게임은 아니다.

게임큐브를 내놓은 닌텐도사는 계속해서 더 높은 연령대의 소비자들을 끌어당길 수 있도록 애쓰고 있다고 말한다. 성인용 등급을 받은 닌텐도의 '이터널 다크니스(Eternal Darkness)'와 곧 출시될 '메트로이드 프라임(Metroid Prime)' 등은 이런 주장을 뒷받침 해준다. 이상하게도 아직까지 게임큐브용 포케몬 게임은 출시가 발표되지 않았다. 그러나 올 11월에 게임보이 어드밴스(GameBoy Advance)용 포케몬이 출시될 예정이며 분명히 게임큐브 용으로도 출시 계획이 진행 중에 있을 것이다.

기특하게도 닌텐도가 어린 소비자들을 외면할 것으로 보이지는 않는다. 올해는 마리오와 젤다를 둘러싼 얘기들만 오가고 있지만 닌텐도는 '애니멀 크로싱(Animal Crossing)'이라는 게임큐브 및 게임보이 어드밴스 호환 가능 아동용 게임을 선보였다.

어린이들이 게임 산업계에서 갖는 중요성은 어느 정도인가? 지난해 판매 순위 20위권에 든 게임 중 6개(포케몬 관련 시리즈 4개, 해리포터 관련 2개)가 아동용 전문 게임이다. 게임시장조사업체 NPD그룹에 따르면 이들 6개 게임제품들은 모두 합쳐 4백 40만장이 팔렸으며 대략 1억6천8백만 달러의 판매 수익을 올렸다고 한다.

어린이들에게 좀더 신경 써야겠다는 생각이 들지 않는가?

NEW YORK (CNN/Money) / 오병주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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