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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신의 입자' 힉스의 네 가지 미스터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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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8면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
코메디닷컴 편집주간

지난 4일은 ‘신의 입자’라 불리는 힉스가 발견된 지 1주년이 되는 날이다. 유럽입자물리연구소(CERN)의 대형강입자충돌기에서 발견된 이 입자는 다른 기본입자들에 질량을 부여하는 역할을 한다. 당초 ‘힉스로 보이는 새 입자’로 등장해 지난 3월 ‘힉스가 거의 확실하다”고 격상됐다. 이로써 기본 입자와 힘을 설명하는 입자물리학의 표준모형은 좀 더 견고해졌다. 하지만 이것이 정말 표준모형의 힉스가 맞는지를 비롯해 여러 미스터리가 남아 있다. 최근 과학잡지 뉴사이언티스트가 보도한 내용 중 네 가지를 소개한다.

 1. 발견된 힉스는 어떤 종류의 것인가=해당 입자의 스핀과 패리티, 붕괴 후 생성입자 등은 이것이 표준모형에서 말하는 ‘힉스’임을 가리킨다. 하지만 정말 그런 것인지 아니면 뭔가 그 이상의 것이 구현된 것인지는 아직 단정할 수 없다. 자료의 정밀도가 부족하기 때문이다. 미스터리의 하나는 이론의 예측보다 많은 수의 광자로 붕괴한다는 점이다. 지난해 7월 제기됐던 이 문제는 지금도 해결되지 않고 있다.

 2. 왜 그렇게 가벼운가=힉스의 질량(125기가전자볼트)은 놀라울 만큼 가볍다. 이를 다른 입자들의 질량과 함께 표준모형에 대입하면 우주는 불안정하다는 예측이 나온다. 우주는 현재 안정돼 있다. 따라서 힉스가 가볍다는 것은 우주를 안정시키는 입자가 추가로 존재할 가능성을 제기한다. 만약 그 질량이 135~140기가전자볼트였다면 이런 문제는 없었을 것이다.

 3. 힉스는 한 종류뿐인가=“또 다른 종류의 힉스가 존재한다고 해도 놀랄 사람은 아무도 없다.” 럿거스 대학의 물리학자 맷 스트라슬러의 말이다. 예컨대 표준모형을 확장하는 초대칭이론에 따르면 최소한 5종의 힉스가 존재한다. 현재까지 이를 뒷받침하는 증거는 확인되지 않았다. 지난 2월 보수에 들어간 강입자충돌기가 재가동되는 2015년 물리학자들은 이런 증거를 주의 깊게 찾아볼 것이다.

 4. 누구의 이름을 붙여야 옳은가=현재의 이름은 1964년 10월 이 입자의 존재를 예측한 피터 힉스에서 온 것이다. 하지만 이보다 2개월 전에 비슷한 설명을 제시한 학자가 2명 있다. 또한 11월에 발표된 3명의 논문은 접수 시기가 힉스의 발표보다 이르다. 그렇다고 이들 6명의 이름 앞 글자를 모두 따서 ‘BEHHGK입자’라 부르는 것은 어색하다. 이는 노벨상을 누가 받을 것인가와 관계가 있다. 관례적으로 3명까지만 공동 수상하기 때문이다.

조현욱 객원 과학전문기자·코메디닷컴 편집주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