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 석관동의 시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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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외자도입법개정 시비가 어떤 매듭을 지을 단계에 온 것 같다. 그 동안 여야가 팽팽히 대여야가 다같이 조금씩 양보하여 타결될 것이라는 것이다. 알려진 바로는 가장 큰 쟁점이었다할 상업차관의 국회동의문제에 대해서 그 범위와 한도에 대한 조정이 성립된 듯하다.
그러나 경제문제에 관한한 정치적타협이 반드시 경제의 정상화를 보장하는 것은 아니라는점에서 이 기회에 몇 가지 우리의 생각을 피력하지 않을 수 없는 것이다.
첫째, 차관에 대한 국회동의여부가 외자의 질적인 엄선이나 부실화를 막는 충분한 방법은 아니라는 점에서 국회의 동의여부가 외자도입법개정의 핵심을 이룰 수는 없다는 것이다.
그 동안의 경험으로 보더라도 국회동의여부와는 상관없이 부실업체가 생기고 있는 것이므로 동의권 그 자체만을 가지고 필요이상의 승강이를 벌일 성질의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다만 그 동안의 차관이 너무나 정치적인 척도에서 허용되었으며 항정부의 자의가 지나쳤기 때문에 국민감정은 항정부를 견제하기 위한 국회동의가 소망스럽다는 대로 기울고 있는 것일뿐이다. 그러나 솔직히 말하여 강항의결을 일삼아온 과거의 동의권항사실적에 비추어 볼 국회동의는 도리어 부대비용내지 정치자금의 분배기회를 확대시켰을 뿐, 실질적으로 외자의 질적향상이나 과잉도입을 억제하는 구실을 못했다.
그러한 지난날의 경험에도 불구하고 또다시 도입대상업종이나 도입액삭의 다과를 두고타협운운한다는 것은 이해가 가지 않는다. 업종열기에 있어서는 기간산업이나 정책산업이논의되어 온 듯 한데 그러한 업종들은 국민경제적인 요청에 의해서 그 시설이 사회적으로요구되고 있는 것들이며, 이러한 업종에서 부실업체나 혹은 부실도입조건이 말썽될 수는 없는 것이다. 또한 동의의 여부를 차관액삭의 다과로 한계를 정한다는 것도 외자도입의 질적인 선택을 한다는 기준파는 거리가 먼 것이다. 이에 국회의 논의는 경제적기준보다도 정치적인 고려에 근거하고 있다는 것을 명언할 수 있다.
둘째, 외자가 파생시키는 본질적인 문제는 ①부실기업화 ②재정금융상의 무리 ③외환수급상의 압박이라는 세 가지로 요약될 수 있을 것이다. 그렇다면 이 세 가지 기본적인 문제점을 극복할 수 있는 법률적·제도적인 장치를 법개정에서 신중히 검토하는 것이 보다 성실한 국회의 의무라 할 것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그러한 제도적장치의 고안에는 별 성의를보이지 않고 동의권에만 연련하는 것은 그 속셈이 딴 데 있는 것이 아니냐는 의심을 사기쉬울 것이다.
셋째, 외자가 파생시키는 세 가지 기본부작용을 막자면 지금 논의되고 있는 방향과는 전혀 새로운 차원에서 법안심의를 해야 마땅할 것이다. 우선 외자도입의 허가조건과 절차문제를 보다 과학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는 것이다. 외자도입을 심의하는 심의위원회구성을 중립화 시킴으로써 외자도입의 객관화를 기하는 제도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지금의 심의위원회는 대부분 당연직위원으로 구성되고있어 엄격한 국민경제적 각도에서 이를 심의하기는 사실상 어려운 처지에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국민경제적인 척도에서 외자를 심의할 위원회구성에 보다 진지한 검토가 가해져야 마땅한 것이다. 외자도입법을 개정해서 여야가 일정비율로 추천하는 비정치적 전문가로구성되는 위원회를 만들고 정부대표는 의결권을 갖지 못하도록 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라할 것이다.
다음으로 부실업체가 생기는 주요원인은 처음부터 실력없고 자력없는 사람들이 정상적으로 차관을 들여오고 금융특혜를 받은 데 있다 할 것이다. 따라서 자기자본한도의 인상과 융자한도의 설정을 사전에 법적으로 규제하고, 부실업체화했을 때 기업은 망하되 그 주인은치부하는 모순을 막기 위해 재산의 무한책임제도를 도입해야 한다는 것이다.
끝으로 그러나 가장 중요한 것은 외환수급전망과 국제수지전망에 부합하는 차관도입규모를 어떻게 유지시킬 수 있느냐 하는 문제라 할 것이다. 이에 대해서는 외환수급이나 국제수지전망에 대한 책임을 항정부에 지우는 방법을 강구하는 것이 합리적일 것이다. 허위전망이나 부실전망에 대한 제재조치를 법률로 규제하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 될 것이다.
요컨대 부실·부건전 외자를 어떻게 막는가를 국회는 보다 더 신중히 따져야 한다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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