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년만의 세계 공산당대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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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5일부터 「모스크바」에서 세계공산당회의가 열린다. 9년만에 열리는 이 회의는 그동안 준비협의회가 마련한 『현단계에서의 반제투쟁과 공산당·노동당 및 모든 반제세력의 행동통일을 위한 과업』이라는 기본문서를 다루고, 국제공산주의 운동의 진로를 토의·결정하게 되리라고 한다.
당초 이 회의는 작년 가을에 열리기로 되어 있었으나 소련의 「체코」침략이 빚어낸 심각한 파문때문에 연기를 거듭해오다가 오늘에야 가까스로 개막을 보게 된 것이다.
이번 「모스크바」회의에는 70개당의 대표가 참가했다고 전하는데 60년회의때 81개당의 대표가 참가했던 것과 비교하면 국제공산주의운동의 분파적 대립경향을 뚜렷이 엿볼 수 있다. 불참가 당중에는 중공 북괴 월맹 「알바니아」「유고슬라비아」등 5개 집권공산당이 포함되어 있는데 외몽고가 참가한 것을 제외하고서는 「아시아부재」라는 인상이 짙다.
소련공산당이 「모스크바」 회의를 통해서 노리고 있는 것은「반제세력의 행동통일」을 강조하면서 중공을 파문시키고 자신이 국제공산주의운동에 있어서 영도권을 확립하려는 것이다. 지난 4月에 있었던 중공 9전대회가 반소투쟁을 공공연히 선언한데 비추어 소련이 세계 공산당의 세력을 규합하여 중공을 이단자로 몰고 중공을 국제공산주의 운동에 있어서 정식으로 파문시킬 필요성은 늘어만 가고 있는 것인데, 소련의 중공규탄 의도는 이미 준비회의단계에서「루마니아」 및 「이탈리아」 공산당의 강력한 반발에 부딪쳐 포기치 않을 수 없었다고 한다.
중공 9전대회가 채택한 「정치보고」 는 모택동주의 「인터내셔널」의 창립을 시사한 바있다. 이런 운동이 실천 단계에 들어서면 국제공산주의운동은 소련파, 중공파, 자주·중립파로 3대분되어 심각한 분규·대립을 노출하게 될 것이요, 이른바 「반제 세력의 행동통일」 이란 한낱 몽상과도 같은 구호가 되고 말 것이다.
소련은 「최근 침략을 합리화하기 위한 구실로서 「제한주권론」 「국제독재론」 등을 들고 나왔는데, 이른바 이런 사회제국주의의 실천은 동구제국의 강력한 배격을 받고 있다. 그리고 이러한 대국주의 대 소국의 자주독립주의의 싸움에 있어서 서구제국의 공산당은 일반적으로 약소국을 동정하고 있는 형편인데, 여기에도 국제공산주의운동의 심각한 고민이 있다. 중공은 제한주권론-국제독재론을 바탕으로 하는 「브레즈네프」의 소위「사회주의대가정」이라는 것이 지난날 「히틀러」가 부르짖던 「유럽신질서」와, 또 일본군국주의자가 내세우던 「대동아공영권」과 무엇이 다르냐고 날카롭게 비난한 바 있다.
아닌게 아니라 소련이 무력을 가지고 동구제국의 주권과 독립을 짓밟아 버리는 정책을 지속하는 한 공산권내 권력정치에 있어서의 대립과 긴장은 제대로 가셔지지 않을 것이다.
국제공산주의 운동은 제1, 제2, 제3 「인터내셔널」, 그리고 2차대전후「코민프름」등을 만들었다가 허물었다가하는 동안, 항상 내부에 있어서 분파적 대립을 면할 수가 없었던 것인데, 이제와서는 일원적 규합·통제란 상상키도 어려운 단계에 이르렀다. 「내셔널리즘」은 자본주의세계의 원리이고, 사회주의세계에 있어서는 「내셔널리즘」은 고사하고, 민족적대립 자체가 없어지고 만다는 「마르크스·레닌」주의의 신화는 국제권력정치의 가혹한 현실에 부닥쳐 산산조각이 나고 만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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