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 홍보 인터넷카페·SNS 주인은 …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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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4면

다이어트 제품 ‘레몬디톡스’를 판매해 온 C사 직원 최모씨는 2008년 10월 제품 홍보를 위해 인터넷 카페를 개설했다. 첫 2개월 간 회원 수는 31명에 불과했다. 하지만 연예인들의 다이어트 방법으로 소개되면서 회원 수가 급증해 5만7000여 명까지 늘었다. 이후 최씨는 회사를 그만두고 비슷한 다이어트 식품을 판매하는 회사를 세웠다. 최씨는 이 카페의 비밀번호를 변경한 뒤 자신의 제품 홍보에 활용했다.

그러자 C사는 “ 인터넷 카페의 소유권을 돌려달라”는 취지의 가처분 신청을 제기했다. 1심 법원은 최씨의 손을 들어줬다. 서울중앙지법은 지난해 10월 “최씨 퇴사 후 비밀번호 변경까지 약 3개월간 회사가 특별한 홍보활동을 하지 않은 점 등에 비춰보면 회사 자산이 아니다”고 판단했다.

 하지만 항소심 법원의 판결은 달랐다. 서울고법 민사5부(부장 권택수)는 “회사에 카페 소유권이 있다”고 결정했다. 개인 명의 인터넷 카페일지라도 개설경위, 운영형태, 자산내용을 종합적으로 고려해 소유권을 판단해야 한다는 취지였다. 재판부는 인터넷 카페 개설 과정에서 회사의 비용과 노력이 들어간 점을 고려했다. 카페 개설은 최씨가 했지만 포털사이트에 연결하는 키워드 검색광고 비용을 회사가 냈고, 최씨가 관련 내용을 대표에게 e메일로 보고한 점 등을 보면 실질적으로는 회사 지시에 따라 카페가 개설됐다는 판단이다. 운영 중 이벤트 경품 비용을 회사가 부담한 점과 최씨의 카페 게시글 대부분이 개인적 내용이 아닌 회사 제품 홍보 글인 점도 고려했다.

 진현민 공보판사는 “홍보에 활용된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의 소유권이 직원인지 회사인지 여부를 판단하는 기준을 제시한 판결”이라며 “향후 유사사건에 참조할 수 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최근 SNS를 활용한 기업의 홍보활동이 많아지면서 홍보 계정의 소유권을 둘러싼 분쟁도 생겨나고 있다. 기업들은 직접 SNS를 운영하면 광고로 보여 홍보효과가 떨어진다는 이유로 직원들 명의로 개설한 계정을 주로 활용한다. 서울남부지법에서는 홍보용 트위터와 페이스북에 대한 직원의 소유권이 인정되기도 했다. 서울 가산동의 유명 패션쇼핑몰 M사가 홍보팀장이었던 성모씨를 상대로 제기한 손해배상 소송에서다. 성씨는 2010년 2월 M사의 이름을 넣은 트위터와 페이스북 계정을 개설해 쇼핑몰 이벤트 등을 알리면서 홍보에 활용했다. 하지만 2011년 4월 퇴사한 뒤에도 자신의 개인 용도로 사용하자 M사는 소송을 제기했다. 남부지법 민사9단독 서영효 판사는 지난 1월 “게시글 중 회사 홍보내용이 차지하는 비율은 31%에 불과하다”며 “회사 홍보내용이 포함됐더라도 개인적 취미와 관심사 등 사적 내용이 더 많은 만큼 성씨의 소유권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전문가들은 회사 홍보용 SNS 소유권 판단에 중요한 것은 회사의 기여도와 게시글의 내용이라고 말한다. 원칙적으로는 회사 홍보에 활용했다면 회사 소유가 되지만 게시글에 개인적 내용이 많고 회사가 계정 유지를 위한 노력을 하지 않았다면 개인 소유가 될 수도 있다는 것이다.

박민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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