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추적] 오르던 금리 다시 하락, 주택대출 어떻게 할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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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년 전 변동금리(변동주기 6개월)로 주택담보대출 3억원을 받은 유모(41)씨는 최근 고정금리 대출로 갈아타는 문제를 놓고 고민 중이다. 담당 은행 직원으로부터 “앞으로 대출 금리가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고정금리로 묶는 게 낫다”는 말을 들어서다. 유씨는 “금리가 계속 오르면 고정금리가 좋겠지만 ‘혹시 안 오르면 어쩌나’ 하는 생각에 쉽게 결정을 내리지 못하고 있다”고 말했다.

 변동금리 대출자들이 선택의 기로에 놓였다. 지난달 중순부터 미국 양적완화 축소 우려로 채권 금리(시장 금리)가 많이 오르면서 대출 금리가 따라 올랐기 때문이다. 은행들은 주요 자금 조달 수단 중 하나인 채권 금리가 오르내릴 때마다 이를 대출 금리에 반영한다.

변동금리 크게 오르긴 어려워

 채권시장에서 가장 많이 거래되는 3년물 국고채 금리는 지난달 24일 3.12%로 한 달 만에 0.5%포인트 올랐다. 그 영향으로 시중은행의 신규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과 신용대출 금리가 한 달 새 0.3~0.4%포인트 상승했다. 변동금리 주택담보대출도 금리 산정의 기준이 되는 코픽스(COFIX·은행권 자금조달비용지수)가 15일 갱신되면 오를 게 확실시된다. 은행연합회 관계자는 “지난달 시장 금리 상승을 반영해 이달 코픽스 금리가 상승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런 추세가 계속된다면 고민할 필요 없이 고정금리로 갈아타면 된다. 그런데 지난달 하순 시장 금리가 다시 하락세로 돌아서면서 상황이 달라졌다. 국고채 3년물 금리는 ‘미국 경제지표가 나빠 출구전략이 늦어질 것’이라는 분석이 나오면서 내려가기 시작해 이달 3일 2.95%를 기록했다.

이에 따라 은행 대출 금리 상승세도 꺾였다. 고정금리 주택담보대출 상품인 ‘국민은행 적격 대출’의 경우 지난달 4.4%에서 지난 1일 4.38%로 0.02%포인트 내렸다. 변동금리 대출을 쓰고 있거나 신규 대출을 받아야 하는 사람들에겐 난처한 상황이다.

 상당수 전문가는 지금처럼 금리 변동이 심할 때는 좀 더 상황을 지켜본 뒤 대출을 갈아탈지 여부를 결정하는 편이 낫다고 조언한다.

박기홍 외환은행 경제연구팀 연구위원은 “출구전략을 언제 할지는 더 지켜봐야 하는 데다 한국은행이 올해 기준금리를 인상할 가능성이 작다는 걸 감안할 때 성급하게 고정금리로 묶어 두면 후회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글로벌 경기침체가 길어지면서 하반기에도 주식보다는 채권 투자 수요가 많을 것으로 보이는 점도 금리가 크게 오르기 어려운 이유”라고 덧붙였다.

"변동금리 1~2년간 유지가 나아”

 같은 신용등급이라면 변동금리가 고정금리보다 0.5~1%포인트 낮다는 점을 최대한 활용할 필요가 있다는 의견도 있다. 임호영 국민은행 여신상품부장은 “금리 방향을 알 순 없지만 설령 금리가 오르더라도 상승 속도가 완만하다면 앞으로 1~2년간은 변동금리를 유지하는 게 낫다”고 말했다.

또 다른 시중은행의 프라이빗뱅커(PB)는 “변동금리에서 고정금리로 갈아탈 때는 중도상환 수수료가 없지만 나중에 다시 변동금리로 바꾸려면 적잖은 수수료를 물어야 하기 때문에 한 번 선택할 때 신중하게 결정해야 한다”고 말했다.

 시중은행에서는 아직 고정금리로 갈아타려는 수요가 많지 않다. 임호영 부장은 “당장 변동금리가 싸기 때문에 고객들이 고정금리 쪽으로 잘 움직이지 않는 것 같다”고 말했다. 여기에는 일종의 ‘학습효과’도 작용한다. 2011년 정부가 ‘가계부채 연착륙 종합대책’의 일환으로 고정금리 대출을 적극 독려했지만 이후 금리가 더 내려가면서 상당수 고정금리 대출자들이 손해를 봤다. 이 때문에 대출 금리가 올라도 예전처럼 발 빠르게 고정금리로 갈아타려는 대출자들은 별로 눈에 띄지 않는다.

10년 이상 남은 대출자는 고정금리

 다만 대출기간이 많이 남은 기존 대출자나 장기 대출을 원하는 신규 대출자는 고정금리 대출을 선택하는 것이 괜찮다는 의견도 있다. 김인응 우리은행 투체어스 잠실센터장은 “금리는 누구도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10년 이상 장기 대출자라면 아예 편한 마음으로 요즘처럼 금리가 쌀 때 고정금리 대출로 묶어 두고 갚아 나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태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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