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월정책 조정불가피|군사적해결 포기한 인상 마닐라정신과는 멀어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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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닉슨」미국대통령이 제안한 월남평화8개항에대한 우리정부의 반응은 안도와 당혹의교착이었다.
정부관계자들이 안도한것은「닉슨」발표이전에끈질기게 나돌았던 미군의일방적철수가8개항에 없었기 때문이다. 그러나전체적으로 정부의 대월기본정책과 상당한 거리가있고 최소한 철군문제에 관한한 지난66년「마닐라」참전7개국정상회담공동 성명의 변색이 불가피하게 됐다는 것은「마닐라」정신을 되뇌어왔던 참전국엔 당황과 실망을 안겨준것이사실이다.
최규하외무장관은 15일「닉슨」발표가 나오자『이른바「베트콩」이내놓은 10개항의 제안에대한 외교적 대응조치로서「닉슨」8개항이 나온것이며 연합국측이 월남평화를이룩하기위한 건설적인안』이라고 공식논평 했지만「베트콩」의제안에대한「외교적 대응조치」라는 표현의「뉘앙스」는「닉슨」제안이 우리 정부의 대월입장과 「마닐라」공동성명과는 거리가 있음을간접적으로 시사한 것이며 따라서 정부는 이번제안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싶지않다는것을 나타낸 것이라고 볼수있는 것이다.
정부가 지금까지 대내외적으로 월남문제에관해다른 참전연합국보다 강경한 대공자세를 보여온것이 사실이고보면 이같은 해석에 수긍이 가는것도 사실이다.
전장에서의 군사적 해결을 포기한듯한 인상을「닉슨」제안속에서 찾아볼수 있다는 것은 일면 전투, 일면 평화협상을내세워온 정부의 대월입장과는 잘 맞아들어가지않고 있다는 것을 보여준것이고, 월남의 중립화나 재통일도「월남국민이 원한다면」반대하지않겠다는 제안도 연정조차반대해오던 정부의 당초입장과는 거리가 있다.
철군문제에 있어 66년「마닐라」공동성명은『①상대방이 북으로 군대를 철수하고 ②침투를 중지하고 ③따라서 폭력이 감소되는등 3가지 선행조건이 성취되면 연합군은 가능한한 빨리, 그리고늦어도 6개월이내에 철수할것』이라고 29항에서철군원칙을 정했었다.
그러나「닉슨」평화안이 미군의 일방적철수를 배격하고 있긴 하지만 월남군이 미군과 교체하여 전투임무를 이어받을 단계에 이르렀다고 선언한것은 상호철군에 공산측이 반대할 경우에도 미군의 일방적 철수내지 조기철수가 가능하다는 결의를 나타낸 것으로 우리정부입장과는 차츰 거리의 폭이 넓어지고 있다고 보는 견해가많다.
따라서「명예로운 월남평화달성」이라는 정부의 대월정책은 현실적으로 재조정할 필요가 있다는것이 관계자들의 솔직한 의견이다.
이와함께 오는22일 태국「방콕」에서열리는 월남참전연합국외상회의에서는 철군문제를 두고 상당한 논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되어 참전국간의 보조가 난조에 빠지지않을까 우려되고있다.
어쨌든 정부의 대월정책은「닉슨」8개항을 계기로 현실적인 방향으로의 재수정이 불가피하게 된것이다. <허준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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