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연불수출의 보합기지|수출입은행 설립계획과 각국의 실태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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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정부는 자본금 1백억원의 수출입은행 설립을 검토 중이다. 수출입은행은 중장기 연불수출을 금융면에서 지원하기위한 은행이며 단기신용으로는 감당하기 어려운 큰규모의 자본재거래를 뒷받침하는 것이 보통이다. 연불수출이 일반화하기는 최근의 일이다. 제2차 세계대전종식과 함께 대다수의 저개발국은 대규모의 경제개발계획을 추진함으로써 막대한 개발자금이필요하게 되었고 선진국들은 앞을 다투어 이방대한 새시장에 자본재 수출을 서두르게 되었다.
선진국간의 경쟁이 점차 가열화 하면서 저개발국에대한 자본재 수출의 신용공여가 장기화하고 조건도 유리해짐으로써 장기연불방식이 등장했다. 이방식에의한 수출은 일반적으로 생산설비·선박차량·발전기·대형기계류등 일시결제가 어려운 대규모「플랜트」수출에 이용되고 있다.

<동남아서「오퍼」>
우리정부도 최근 동남아 각국에서 10여개 품목 3천7백여만불에 달하는 선박·직기등의 연불수입「오퍼」를 받고 또 세계적 추세와도 견주어 금후의 수출시장개척은 연불수출방식등을 병행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 이 문제를 진지하게 검토하고 있다.
이미 상공부는 중장기연불진흥법안을 마련, 이법에따라 특별기금을 설치할 계획인데 이왕기금을 조성할 바에는 수출입은행을 설립, 금융면의 지원방법을 제도화 하자는 것이다.
정부는 연불수출의 첫시도로 우선 국내시장 확보가 어렵고 외국에서 사양화하고 있는 소형 선박·경기계류등에 주력할 방침이며 올해 수출목표가 6억5천만불에서 7억불로 증액된것도 연불수출에 기대를 건 것이다.

<대금회수 위험도>
그러나 연불수출은 일반수출과는 달라 어려운 점이 많다. 우선 ①수출대금회수에 위험부담이 있고(연불수출보험으로 어느정도 손실보전이 될수있지만) ②단기적으로 보면 국제수지개선에 도움이 안되며 연불수출 착수금보다 소요원자재 수입액이 클 경우 오히려 일시적인역조마저 나타낼수 있고 ③막대한 지원금융의 재원확보가 어렵다는 점 등이다. 연불수출과관련된 이모든 업무를 관리 전담하는 기구가 바로 수출입은행이다.
외국에의 중장기 연불수출 금융현황은 다음과 같다.
▲미국=1934년 자본금 1천1백만불의「워싱턴」수출입은행으로 발족한 미국수출입은행이장기수출 금융·해외차관 및 일반은행과 수출업자가 공여하는 신용을 보증지원하고 있다.현재 자본금은 10억불로 정부출자로 운영되며 융자·보증 및 보험승인 한도는 1백만억불이다.
이 은행의 업무는 융자·보증 및 보험으로 크게 나누어지고 융자는 ①장기차관 ②상업금융 ③수출업자금융 ④특별무역금융 ⑤할인대출로 세분된다.
이 은행설립 이후 67년6월말까지의 융자승인 누계는 1백89억불에 달하고 보증승인 누계는16억7천만불, 보험승인 누계는 39억불이다.

<미국서 차관기대>
융자중 가장 비율이 큰 장기차관액은 66년9억4천만불, 67년 23억7천만불로 해마다 늘어나고 있다. 금리는 연 6%, 기간은 5년∼15년(거치기간 제외) 수출업자 금융은 6개월∼5년, 연리6%로 미국의 자본재수출업자에 융자되며 20%의 착수금을 받는다.
현재 미국의「달러」방위정책 때문에 장기저리의 개발차관이 극도로 제한되고 있는 만큼 우리나라는 앞으로 미국 수출입은행 차관에 크게 기대를 걸 수밖에 없다. 우리나라는 68년말현재 1천6백만불의 미국수출입은행 차관을 승인받았다.
▲일본=1950년 미국수출입은행을 「모델」로 일본수출은행이 설립되었고, 52년에는 수입을 위한 착수금 지불자금융자까지 취급, 일본수출입은행으로 이름을 바꾸었다.
57년에는 해외기술제공 금융업무까지 취급하고 58년부터는 원차관공여, 64년부터는 외환부족으로 채무를 상환할 수 없는 나라에대해「리파이넌스」차관까지 제공하고 있다. 67년말 현재 88억불의 연불수출 승인실적을 갖고 있는 이은행은 총해외경제협력금액의 50%를 차지하고 있다.

<융자 1조6천억>
68년5월 현재 자본금은 3천68억원. 주요 업무내용은 ①국내업자에대한 수출금융(일본수출입은행법 제18조1항) ②수입금융(동법 18조4항) ⑧해외기술 제공금융(동제2항) ④해외투자 및 사업금융(동5항) ⑤직접차관 ⑥채무보증등이다.
66회계년도까지의 융자승인 누계는 1조6천1백50억원인데 현재 우리나라에서 들여오는 상업차관의 대부분이 이은행의 금융지원을 받고있다.
이밖에 서독에서는 중장기 수출금융을 수출신용회사(AKA)와 부흥금융창고(KFW)에서 맡고있는데 전자는 1년∼5년까지의 중기금융, 후자는 5년이상의 장기를 취급한다.

<모델은 미국·일본>
지금 우리정부가 구상하고 있는 수출입은행도 미국·일본의 그것을 「모델」로 삼게되겠지만 중장기 연불수출 비중이 크게 늘 것 같지 않은 우리 경제여건으로 보아 전담기구의 신설보다는 외환은행이나 기타 기존기관에 이업무의 담당부서를 신설하는 것이 낫다는 이론도 없지않다.
또 이은행을 신설하더라도 지금의 재정형편상 1백억원의 재정자금을 어떻게 염출하느냐의문제가 남게된다. <김영하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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