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 대통령, 핵보유국 인도 총리의 특사 만난 까닭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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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인도의 만모한 싱 총리 특사 자격으로 방한한 시브샨카르 메논 국가안보보좌관을 접견했다. 박 대통령이 메논 특사로부터 싱 총리의 친서를 전달받고 있다. [청와대사진기자단]

중국 방문에서 돌아온 박근혜 대통령이 첫 공식 일정으로 인도 만모한 싱 총리의 특사를 만났다. 박 대통령은 2일 청와대에서 시브샨카르 메논 특사를 접견한 자리에서 “북한의 핵무기 보유는 지역의 평화와 안보를 위해서도 용인될 수 없다는 데 중국 지도부와 인식을 같이했다”며 북핵 불용(不容) 입장을 거듭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이어 북한의 실질적 비핵화에 인도가 동참해줄 것을 당부했다. 그는 “인도 정부가 북한의 핵실험, 미사일 발사 시 등의 계기에 성명을 발표하는 등 지지를 보내준 것이 큰 힘이 됐다”며 “북한의 변화를 유도하기 위해 국제사회가 분명하고 단합된 목소리를 북한에 전달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메논 특사는 “(북핵에 대한) 인도의 입장은 분명하다. 북한의 도발과 보상의 악순환이 지속되는 것을 용인할 수 없고 북한이 비핵화를 이루어 국제사회의 책임 있는 일원이 될 수 있도록 모든 노력을 다하겠다”며 “인도로서는 비확산 차원에서도 이를 중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인도는 미국·러시아·프랑스·영국·중국·이스라엘·파키스탄과 함께 핵 보유를 인정받은 8개국 중 하나다. 특히 지난달 스톡홀름 국제평화문제연구소가 발표한 연례보고서에 따르면 파키스탄과의 핵 확대 경쟁을 벌여온 인도는 중국·파키스탄과 함께 핵탄두가 증가한 국가로 추정됐다.

또한 인도는 국경을 맞대고 있는 파키스탄과 전쟁을 치른 적이 있다. 이 과정에서 파키스탄의 핵 보유를 막지 못한 ‘실패한 경험’을 가지고 있다.

 그런 만큼 한·중 정상회담에서 한반도 비핵화에 대해 중국의 공감을 이끌어낸 박 대통령이 인도의 특사를 만난 건 각별한 의미가 있다는 게 청와대의 설명이다.

북핵 문제를 깊숙이 다뤄온 정부 관계자는 “박 대통령이 인도에 대한 외교적 중요성을 잘 알고 있고 오늘도 한·인도 양국의 관계를 중요시하고 있다고 말했다”며 “인도와의 관계에서는 경제적 측면뿐만 아니라 핵보유국으로서 핵 관련 사안 등을 복합적으로 고려할 필요가 있다”고 전했다. 정영태 통일연구원 선임연구위원도 “북한의 핵무장을 막아야 하는 우리 입장에서 인도의 실패 사례는 절대적으로 참고할 필요가 있다”며 “파키스탄에 대한 비핵화를 바라는 인도는 북한의 비핵화를 추진하는 우리와는 외교적으로 윈윈할 수 있는 구조”라고 설명했다.

정 위원은 또 “핵보유국 입장에서 인도는 북한의 핵 보유 등 핵확산에 따라 자신의 독자적 지위가 낮아지는 걸 결코 원하지 않는다”며 “6자회담 전에 동북아평화협력 구상 등 다각적 국제협의의 틀을 제시한 박 대통령의 입장에서도 인도를 시작으로 유럽 국가들로 협상의 대상을 넓히는 것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앞서 박 대통령은 인도가 주빈국으로 참여한 서울국제도서전(6월 19일)에 참석해 인도에 대한 각별한 관심을 나타냈다. 당시 박 대통령은 인도 부스를 찾아 “인도와 우리나라가 인연이 길다”고 호감을 보이기도 했다.

 박 대통령은 또 인도와의 경제협력 증진과 관련해 “한·인도 간 ‘포괄적 경제동반자 협정(CEPA)’ 체결로 경제협력이 확대되고 있다”며 “2015년까지 400억 달러 교역 목표가 꼭 이뤄지도록 같이 협력해 나가자”고 덧붙였다. 지난해 한국과 인도 간 교역 규모는 178억 달러 수준이다.

 메논 특사는 이날 박 대통령을 접견한 자리에서 “이른 시일 안에 인도를 방문해 달라”는 만모한 싱 인도 총리의 친서를 전달했다.

그는 “싱 총리로 받은 두 가지 과제는 인도 방문 초청과 함께 양국 관계의 전략적 측면을 보다 발전시키는 것”이라며 “양국이 경제발전과 지역안보, 해양안보 등에 관한 입장과 지향목표가 유사한 만큼 국가안보 분야 협력의 여지가 크다”고 말했다. “방위산업협력에서도 구매자와 판매자 간의 관계를 넘어 공동생산, 개발협력 추진을 희망한다”고도 했다.

 ◆“여성이 행복한 삶”=박 대통령은 오후 국립중앙박물관에서 열린 제18회 여성주간 기념식에 참석해 “꿈을 가진 여성들이 더 큰 꿈을 꿀 수 있고, 아이를 가진 여성들이 맘 놓고 일할 수 있어 이 땅의 모든 여성들이 행복한 삶을 살아갈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강태화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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