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RF 의장성명, 북 주장 배제하고 비핵화만 촉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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브루나이에서 열린 제20차 아세안지역안보포럼(ARF)을 결산하는 의장 성명에 “한반도 비핵화를 평화적으로 달성하기 위한 모든 노력을 지지하고, 북한이 유엔안보리 결의 의무와 9·19 공동성명상의 공약을 완전히 준수하길 바란다”는 내용이 담겼다. 지난달 주요 8개국(G8) 정상의 북한 핵실험 포기를 촉구하는 공동성명이 채택된 데 이어 국제사회의 북핵 공조가 점차 공고해지고 있는 양상이다. 남북은 지난달 30일 아세안+3 외교장관 회의를 시작으로 2일 막을 내린 ARF까지 자국에 유리한 입장을 의장성명에 담기 위해 치열한 외교전을 펴왔다. 특히 이번 ARF는 6자회담 당사국이 모두 참가해 향후 북핵 문제의 향방을 결정할 ‘비공식 6자회담’이라 불리기도 했다.

 그런 의장성명에 북한 측의 주장은 모두 빠진 채 북한의 비핵화를 촉구하는 내용만 담겼다. 참가국 장관들은 한반도의 평화와 안보, 안정의 중요성을 강조하며 모든 관련 유엔 안보리 결의의 완전한 이행 의지를 재확인했다. 또 탈북자 문제 등 인권문제와 관련해 국제사회의 인도적 우려를 해소하길 촉구했다. 그동안 ARF 의장성명에선 북한 측의 주장을 일부 반영해 주는 경우가 많았으나 이번엔 달랐다. 하지만 ‘검증 가능한 비핵화’같이 우리 측이 강하게 요구한 표현도 들어가지 않았다.

 이날 회의에 참석한 북한의 박의춘 외무상은 폐막 직후 최명남 국제기구국 부국장을 보내 돌발 기자회견을 하고 “한반도 정세 악화는 미국의 적대정책 때문이니 전제조건 없이 대화에 응하라”고 주장했다. 최 국장은 “조선반도에서 긴장 격화의 악순환과 일촉즉발의 위기상황은 미국 때문”이라며 “적대적 정책이 청산되지 않고 핵위협이 사라지지 않는 한 조선반도 핵문제를 비롯한 어떤 문제 해결도 힘들 것”이라고 했다.

 북한은 또 전날 존 케리 미 국방장관이 핵 포기와 NPT 복귀, 국제원자력기구(IAEA) 사찰 등을 담은 9·19 공동성명을 이행할 경우 북·미 관계 정상화가 가능할 것이라고 말한 데 대해서도 반박했다. 최 국장은 “9·19 공동성명은 이미 시대에 뒤떨어진 것”이라며 “미국도, 남조선(한국)도, 일본도 이행 안 하면서 우리보고 이행하라는 것은 경우에 맞지 않는 소리”라고 비난했다. 이에 대해 윤병세 외교부 장관은 “대부분의 국가가 유엔안보리 결의안을 포함한 북한의 국제의무 준수를 강조했다”며 “북한이 이러한 국제사회의 엄중한 메시지에 주의를 기울여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브루나이=정원엽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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