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피니언 사설

골프 역사가 된 박인비, 불멸의 기록을 기대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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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회 직전 한국에서 온 어머니가 오늘 아침 해준 감잣국과 두부조림이 도움이 된 것 같습니다.”

 미국여자프로골프(LPGA) 메이저 대회 3연속 우승으로 스포츠 역사를 새로 쓴 박인비(25) 선수가 지난달 30일(현지시간) 밝힌 승리의 비결이다. 박 선수는 이날 미국 뉴욕주 세보낵 골프장에서 최종 4라운드가 끝난 제68회 US여자오픈에서 합계 8언더파, 280타로 우승했다. 이로써 올 시즌 크래프트 나비스코 챔피언십, 웨그먼스 LPGA 챔피언십에 이어 3개 메이저 대회에서 연속 우승하는 기록을 세웠다. 1950년 미국 선수 베이브 디드릭손 자하리아스 이후 63년 만의 대기록이 이렇게 탄생한 것이다.

 골프는 흔히 멘털(심리) 스포츠로 불린다. 혹독한 훈련과 끊임없는 연습으로 다진 체력·기술은 필요조건일 뿐 여기에 강인한 정신력을 더해야 비로소 최고의 경지에 오를 수 있다. 이 때문에 골프는 자신과의 처절한 싸움으로 표현된다. 사실 박 선수는 견디기 힘든 시절을 겪었다. 12살 어린 나이에 미국으로 건너가 19살 때인 2008년 US여자오픈에서 역대 최연소로 우승했지만 그 뒤 오랫동안 슬럼프에 빠졌다. 그런 박 선수가 2012년 우승 2회, 준우승 6회로 당당히 재기한 데 이어 이날 대기록까지 세운 배경에는 ‘엄마의 감잣국’으로 대표되는 가족 사랑이 있었던 것이다.

 이제 박 선수는 8월 브리티시 오픈, 9월 에비앙 챔피언십 등 남은 2개의 메이저 대회 중 하나만 우승해도 LPGA 최초의 그랜드 슬램이라는 불멸의 기록을 달성하게 된다. 특유의 평정심으로 ‘평온의 여왕(Queen of Serene)’이라는 별명을 얻은 박 선수가 남은 경기에서 차분하게 최선을 다해 좋은 결과를 얻기를 기원한다. 이번 대회에서 각각 2·3위를 차지한 김인경·유소연 선수와 올 시즌 LPGA 투어에서 이미 한 차례씩 우승한 신지애·이일희 등 세계무대에 우뚝 선 한국 선수들의 선전도 기대한다. 국민의 성원과 격려가 더해지면 이들의 정신력은 더욱 강해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