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찬호, 불펜이 날린 '빛바랜 호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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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웃카운트 1개가 아쉬웠다. 5-4로 앞선 9회말 2사 1, 2루. 1명의 주자만 잡아내면 시즌 4승을 기록할 수 있었다. 그러나 구원투수가 던진 공은 좌중간 펜스를 맞혔고 동점주자는 가볍게 홈을 밟았다.

박찬호가 호투에도 불구하고 시즌 4승도전에 실패했다. 17일(이하 한국시간) 커프만 스타디움에서 벌어진 캔사스시티 로열스와의 원정경기에 선발등판한 박찬호는, 7이닝동안 피안타 9개와 몸맞히는 공 포함 사사구 5개를 내주며 로열스의 타선을 3점으로 막아냈지만 구원투수가 실점을 허용해 승,패를 기록하지 못했다.

조금씩 나아지고 있다는 박찬호의 말은 사실이였다. 장거리 런닝과 더불어 구위를 회복하는 모습을 보였던 지난 여러번의 등판보다 한결 나아진 투구였다. 직구는 7회까지 150킬로미터를 기록했고 대량실점의 빌미가 됐던 장타는 2루타 1개만을 허용했다.

투구수는 121개, 그중 70개가 스트라이크 판정을 받았다. 방어율은 7.63에서 7.26으로 대폭 낮아졌고 시즌 3번째 퀄러티 피칭을 기록했다.

동료들의 도움도 컸다. 좌익수 케빈 멘치의 홈 송구는 동점을 막아냈고, 3번의 병살타는 호투의 밑거름이 됐다. 1개의 안타도 기록하지 못한 알렉스 로드리게스는 고비마다 어려운 타구를 잡아내 박찬호에게 보이지 않는 큰 힘을 불어 넣었다.

타선도 좋았다. 3-2로 역전을 당하자 곧바로 2점짜리 홈런으로 역전을 시켜줬고 자칫 무너질뻔한 박찬호를 붙잡아줬다.

그러나 이라부 히데키의 폐동맥출혈등으로 '집단 마무리'체재로 가고 있는 레인저스는, 불펜의 난조로 최근 4연패를 당해 선발투수들의 호투를 승리로 이어주지 못했다.

레인저스는 11회말 후안 알바레스가 브렌트 메인에게 끝내기 홈런을 맞아 6-5로 분패했다. 레인저스는 올시즌 10번의 연장전을 통해 1승 9패의 초라한 성적을 이어갔다.

조금씩 나아지는 모습을 보이고 있는 박찬호는 오는 22일 오전 5시 5분 오클랜드 애슬레텍스를 맞아 시즌 4승에 다시 도전한다.

Joins 유효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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