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리의 인간회복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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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의사를 영어로는 「닥터」라고 부른다. doctor의 어원은 「라틴」어의 docere「가르친다」는 뜻이다. 사람들이 의사를 「선생님」이라고 하는것온 지나친 말이 아니다.
오늘날엔 「닥터」라는 단어가 여러가지 뜻을 갖는다. 의사말고도 우선 「박사」도 그렇게 부른다. 그러나 「닥터」가 타동사로쓰일 경우엔 뜻밖의 일이 벌어진다.「조작하다」 「약조하다」 「날조하다」 「속이다」 …. 거북한 말들이 면구스럽게도 쏟아져 나온다.
명사인 「의사」·「박사」와, 동사인 「조작」·「약조」·「날조」ㆍ「사기」가 모두 「닥터」라는 동일어로 쓰일수있는 것은 비록 우연이라도여간한 「아이러니」가 아니다. 바로 성녀와 창녀가 동일어로 쓰이는것이나 무엇이 다르겠는가.
이런 일들이 영어의 원조국도아닌 한국에서 벌어지고있는 것엔 더욱 진땀이날 일이다.
「가짜박사」 소동은 그만 두고라도, 최근엔 「가짜의사」소동이 일어나고 있다. 국립보건원이 주관한 의사국가고시(제23회)에 부정합격자가 14명이나 된다고 한다.이들은 20만윈에서 50만원씩 주고 합격한 사람들이다. 우연히도 박사와 의사의시노가 비숫한것은 더한층 고소를 자아내게한다.
의사는 인간의 생명을 다루는사람들이다. 「가짜의사」들이 멀쩡한 사람를의 생명을 좌우할수있다면 그것은 「공포사회」나 다름없다. 50만원을주고 의사가 된사람의 의료정신은 두말할것없이 상업제일주의일 것이다. 세상의 모든병원이 상업화된다면 그것처럼 살벌한 일은 없다.
의사고시부정의경우 관리의 인간성에 경멸을 보내지 앉을 수 없다. 그것온 어느 경우와도 견줄수 없는「동물적인부정」이다.
박사의 허영화, 교사의 수전노화, 의사의 상인화. 이런 사회처럼인간불모지대는없다.
황금만능의 풍조가 만연할수록 인간의 내면은 황폐하고, 사회는 걷잡을수없이 비정적인 분위기로 넘친다. 어느한구석 인간의 향기를 찾을수 없는 사회.
관리들의 인간회복은 실로 사막의 「오아시스」처럼 갈망된다. 언제나 이 삭막한 사회에 자우가 뿌려지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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