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① 문화실조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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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개발한다」는 말속에는 탐색하고 연구하는 적극적인 정신이있고 또 발전과 향상의 밝은 냄새가 있다. 요즘처럼 여기저기서 「개발」의 깃발이 드높게 휘날리고 있는 때가 일찌기 없었지만 어디보다도 먼저 그깃발을 꽂아야 할곳은 「어린이 문제」라고 말할수있다. 우리의 가정과 학교와 사회에는 다가오는 시대의 각종분야에서 시도될 모든개발을 장악할 새주인공, 어린이들이 자라고있기 때문이다. 보석을 갈고 닦아 숨어있던 광채를 뽑아내는 그런 손길로 어린이의 내면 곳곳을 만져주며 그들이 지니고 있는 광채를 모두 빛나게 해주는것이 바로 어린이 개발이다. 어린이 날을 앞두고 시작되는 이 「시리즈」 에서는 어린이개발이 어느정도 효과를 거둘수 있으며 어른들의 손으로 어떻게 그것을 이룰수 있는지를 알아보려그한다.
『내가 일곱살, 또는 열세살이었을매 나는 과연 미숙한 아이였는가.』-이렇게 쉴새없이 돌이켜 보면서 그나이에 있는 자신의 자녀를 대하는 일이 잘못된 유아관을 고치는 한 처방이다. 어떤 어른에게라도 그가 어린 소녀였을매 지금 생각해도 놀랄만큼 엉뚱하고 성숙한 생각과 궁리를 가졌던 기억이 있을것이다. 그리고 야단치는 엄마·아빠를 피하기위해 꾀를 짜내본 경험이 있을것이다.
「너는 어리고 또 내 아이니까 엄마가 시키는 대로해야돼』라고 아이를 소유물처럼 여기면서 학교공부와 훈계와 때로는 부모의 허영심을 만족시키기 위하여 예능공부를 시키는 일등은 아동교육을 그르치는 원인이 된다.
어리지만 가장 신비로운 피조물인 아이들은 그 나이 나이마다 내용이다른 무한한 가능성을 내면에 지니고있다. 그 가능성을 뽑아내는일은 어린이와의 대화에서 시작된다. 가르치고,야단치고, 시키는 일방적인 말이외에 어린 아들, 딸과마주앉아 얘기를 주고받은일이 있는지 어머니는 한번쯤 생각해볼일이다. 어린이 초기의 습관형성을 위해서는 일방적인 훈계가 필요하긴 하지만 부모는 취조관이나 현사가 아니기 때문에 따지기전에 대화를 해야한다.
60년대이후 미국에서는 주로 흑인아동문제로서 「문화실조」란 과제가 심각하게 등장했는데 학자들은 다음세가지 사실을 밝혀냈다.
ⓛ동작의 제한, 감각자극의 축소, 생활환경의 단순화, 생활환경의 공간적 제한등을 인위적으로 가했던 동물실험결과 그 동물은 현저한 학습능력의 저하를나타냈다. ②문화실조상태의어린이 집단에 약6개윌의 문화교육 「프로그램」을 실시했더니 평균10∼15정도의 IQ상승을 보였다. ③정신박약아의 생육사를 분석한결과 압도적인 대다수가 문화실조의 상태에 있었다.
이런 현상은 IQ검사를 오래 실시해븐 우리나라의 한 사립국민학고 교사가 「피아노」, 전화, 「텔레비전」등이 있는집 아이들이 없는집 아이보다 일반적으로 IQ가 높은것같다』고 말한것과 상통하는 것들이다.
그러나 어머니들은 『「텔리비전」이 곧 아동문화는 아니다』라는 것을 있는집이거나 없는집이거나 똑바로 인식할 필요가 있다. 앞의 예는 「탤리지전」이나 「피아노」가 아동의 IQ를 일시적으로 자극할수 있다는 증거일뿐이고 그것이 계속된다는 증거는 없다.
「매스콤」의 가정침투와 기계문명의 혜택으로 우리나라 도시의 어린이들이 눈에 띄게 약아지고 또 농촌아동에 비해 지능지수가 높은것은 일반적으로 수긍되고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완구, 읽을거리, 그림책, 놀이터등 아동문학의 결핍은 전국적인 현상이며 이것을 메워줄 역할은 현재 부모밖에는 할수있는 사람이 없다.
하늘, 구름, 날씨, 꽃, 마당위의 강아지, 별, 엄마와아버지의 관계, 어른세계에서 벌어지는 일들과 쓰여지는 말, 기차, 하늘로 떠가는 비행기, 할머니의 제사등은 어린이가 무한한 호기심을 갖는 훌륭한 교재라고 할수있다.
농촌은 농촌대로, 도시는 도시대로 각각다른 이점과 결점이 있으며 이것을 보충시켜 실조없는 상태로 어린이를 키우는 일이 어머니의 할일이다. <장명수기자>
▲조언해주신분=정원식교수 (서울대·교육학) 이은화교수 (이대·아동심리)

<시리즈차례>
①문화실조
②지능
③창조력
④성격·태도형성
⑤정신건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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