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생부족 겪는 지방大 자구 몸부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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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9면

학생 모집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지방대학들이 자구책 마련에 힘을 쏟고 있다.

경영 마인드를 갖춘 기업 최고경영자(CEO) 출신을 총장 등으로 영입하는가 하면 스스로 입학 정원을 줄이는 곳도 있다.

이 같은 현상은 대입 모집 정원이 고교 졸업생 수를 넘어서기 시작한 올해부터 두드러진다. 교육부에 따르면 올해 전문대를 포함한 대입 모집 정원은 67만여명으로 수능시험을 치른 학생(65만여명)보다 2만여명이 많다.

◇기업 CEO 모시기=전주 우석대는 최근 교보 사장.SK그룹 금융부문 부회장을 지낸 김영석(63)씨를 새 총장으로 영입했다.

그동안 총.학장과 각종 보직을 교수들이 독점해온 점에 비춰볼 때 대단한 파격이다.

우석대 관계자는 "국내 대학사상 CEO 출신이 곧바로 대학 총장으로 온 것은 처음"이라며 "기업에서 갈고 닦은 경영 노하우로 대학이 당면한 어려움을 잘 풀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고 말했다.

충남 혜천대학은 총무처장에 섬유수출 업체 대표인 김선조(56)씨를, 기획처장에 나경천(49)상무를 선임했다.

金처장은 "어려움을 겪고 있는 신입생 유치와 졸업생 취업지도에 경영기법인 '상품 개발''시장개척 원리'등을 활용하겠다"고 포부를 밝혔다.

혜천대 최성진 총장은 "대학도 경쟁에서 살아남으려면 효율성과 생산성의 극대화가 필수적"이라며 이들을 영입한 배경을 설명했다.

◇신세대 입맛에 맞는 학과.전공 신설=전주 기전여대는 올해 애견학과.플라워아트과.치위생과.골프산업과.여성공무원 양성과.문화전통규수과.골프산업과.어린이컴퓨터 교육과 등 7개과를 신설했다. 젊은이들의 취향을 고려한 결정이었다.

이 같은 선택은 기막히게 맞아떨어졌다.

대부분의 전문대가 20~30%대의 저조한 지원율로 고전하는 가운데 이 학교만은 올해 신입생 정원의 80%를 확보하는 개가를 올렸다.

특히 여성공무원 양성과의 경우 지원자 30여명 가운데 절반 이상이 4년제 대학 졸업자였다.

전북 정읍의 정인대는 간호과.유아교육과.자동차전기과.방송연예과.인터넷방송과 등을 신설해 짭짤한 재미를 봤다.

다른 학과는 지원자가 절반 이하에 그친 데 반해 이들 신설과는 정원의 1백%에 가까운 신입생을 확보했기 때문이다.

기전여대 조희천 학장은 "수요자인 신세대들의 눈높이에 맞추지 못하면 결국 대학도 도태될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스스로 정원 감축=전북 완주군 한일장신대는 내년도 신입생 정원을 대폭 줄이기로 했다. 올해 정원인 8백명보다 2백여명 줄여 5백~6백명만 모집한다는 계획이다. 올해 정시모집에서 신입생 정원의 30%만 지원했기 때문이다.

무리하게 정원을 부풀려봤자 등록률 저하로 학교 이미지만 실추할 것을 우려한 조치다. 임희모 기획처장은 "거품.비효율적 요소를 털어내고 경쟁력을 높이기 위한 결정"이라고 말했다.

전문대들도 비슷한 추세를 보이고 있다. 전문대학장 협의회는 지난 1월 입학 정원을 10% 정도 줄이고, 4년제 대학에도 정원 감축에 동참할 것을 권유키로 결의했다.

전주=장대석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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