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공예소 되살리니 일자리도 '뚝딱뚝딱'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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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16면

햇골목공예소에서 이두성 반장(왼쪽에서 둘째) 등 직원들이 작업을 하고 있다.

강원도 화천군 사내면 사창리 면사무소에서 광덕산 방면으로 가는 도로 오른쪽에 ‘햇골목공예소’가 있다. 창고를 포함해 260㎡ 규모의 목공예소 한쪽 벽에 나무 복주머니 등의 상품이 쌓여 있다. 작업대에서는 50대 후반에서 60대 중반의 직원이 목재를 재단하거나 흔들의자를 맞추는 작업을 하고 있었다. 직원은 모두 목공예소 인근에 사는 주민이다. 목공예소가 변변한 기업이 없는 농촌에 일자리를 제공하고 있다. 또 사라져 가는 목공예산업의 명맥을 잇고 있다. 이 목공예소는 화천군이 운영하고 있다.

 햇골목공예소는 1960년대 후반 개인이 세워 운영했었다. 이 목공예소는 군사지역 특성상 바둑판과 명패 등의 선물 수요가 많아 한때 직원만 10여 명에 달할 정도로 호황을 누리기도 했었다. 그러나 90년대 들어 목공예가 사양산업이 된 데다 2005년 주인이 사망하자 목공예소는 문을 닫았다. 직원들도 일자리를 잃고 흩어졌다.

 화천군은 농촌 일자리 제공과 목공예산업 육성 차원에서 2007년 햇골목공예소를 인수했다. 이해 이윤보다 일자리 창출 등을 더 중시하는 기업을 육성하기 위한 사회적기업육성법이 제정됐다. 화천군은 목공예소를 리모델링하고 일부 장비를 보강해 문을 닫은 지 3년 만인 2008년 재가동했다. 모두 1억5000만원을 들였다. 목공예소 운영 예산은 화천군이 배정하고 운영은 사내면사무소가 맡았다.

 목공예소가 다시 문을 열면서 3명의 마을 주민이 일자리를 얻었다. 이들은 기간제 근로자로 120만원의 월급과 명절휴가비, 간식비, 4대 보험 혜택을 받고 있다. 1969년 이 목공예소에 들어와 군에 입대할 때까지 원목으로 장구 깎는 일을 배웠다는 이두성(64)씨가 반장이다. 경기도 성남시에서 7년 동안 목공예소를 운영한 경험도 있다는 이씨는 작업 지휘와 새로운 상품 개발을 맡고 있다. 토마토 농사를 짓다 다리가 아파 그만뒀다는 김영철(58)씨는 어깨너머로 배운 목수일로 공예품을 짜 맞추는 공정을 주로 하고 있다. 이 목공예소에서 20여 년을 일했다는 김정숙(59·여)씨는 목공예품의 마무리 작업을 담당하고 있다. 김씨는 “시골에서 이 나이에 일할 수 있다는 것은 행운”이라며 “덕분에 아직 자식에게 부담을 주지 않고 있다”고 말했다. 이들 이외에 목공예소에는 지역공동체 일자리 사업으로 3명의 노인이 시간제로 일하고 있다.

 햇골목공예소는 2011년 강원관광기념품공모전에서 산천어필통으로 대상을 수상하면서 운영에 활기를 띠기 시작했다. 흔들의자를 비롯해 탁자, 책꽂이, 화분 받침대 등 26종을 주문 제작하고 있으며 주문 물량이 점차 늘고 있다. 2008년 1000만원에 그쳤던 매출액이 지난해 2066만원으로 늘었고, 올해는 5월까지 1600만원을 넘어섰다. 그럼에도 매출액이 인건비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해결해야 할 과제다. 화천군 관계자는 “가능한 범위에서 홍보와 영업 등 적절한 마케팅으로 매출을 늘리겠다”고 말했다.

글·사진=이찬호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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