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61)사형수의 유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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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한 사형수의 유언으로 실명상태에 있던 처녀가 광명을 되찾게 됐다는 기사는 모든 사람에게 큰 감명을 주었을 것으로 생각된다.
이사형수는 6년전에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안양 일가족 강도 살해사건의 범인이었던 27세의 김완선이라고 한다.
매일같이 사회의 어두운 면만이 보도되는 요즘 이사형수의 마지막 선행기사는 가뭄에 내린 한줄기의 소나기처럼 우울하던 나의 마음을 말끔히 가시어 주었다.
새삽스럽게 맹자의 성선설을 들추어 낼 필요도 없지만 대악(대악)은 대선(대고)으로 통한다는 평범한 말이 되새겨지며 인류에대한 사랑과 공감이 표현할수 없는 감명속에 느껴진다.
그가 범한 흉악하고도 잔인한 죄과는 용서받을 수 없는 중죄이므로 극형은 당연하다고 생각되지만 형이 집행되기까지 참회와 불안으로 보냈을 나날의 번민에 동정이 간다.
죄를 미워하되 사람을 미워하지 말라는 법언(법언)이 있는 것처럼 고뇌와 공포속에서 처형의 날을 기다려야만 했던 극한 상황을 상상할 때 삶이 허무와 인간의 짊어진 고통의 짐에한가닥 우수를 금할 길이 없다. 그는 밤과 낮을 고민하고 참히하며 죽음의 공포속에서 6년이란 세월을 보내왔을 것이다.
그가 교도소에서의 여생을 천주교에 귀의하여 천주의 자애로운 품에 구원을 얻고자 한마음의 편력에 나대로의 이해가 갈 것 같다.
진정으로 자신의 죄과를 뉘우치고 이세상을 떠날 마음의 준비 끝에 자신의 눈을 이세상에서 가장 불우한 사람에게 주라고 한 유언은 비록 흉악범일망정 그의 최후는 승화된 높은 정신 영역에 도달되 있다고 생각되는 것이다.
사람은 선천적인 요소와 환경, 교육에 따라 여러가지 차이점이 생기게 되지만 마음은 같은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나는당신이요, 당신은 즉 나』라는 것이다. 사형수의 유언은 새삼스럽게 신의 섭리에 머리를 숙이게하며 인류의 앞날에 밝은 희망을 비쳐주었다. 박금순<한국부인회 부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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