對中 투자 때 ‘1등 블루칩’ 놓치지 마라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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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워런 버핏의 성공투자 비결은 무엇일까’. 현존하는 최고의 투자가인 워런 버핏의 이야기는 이미 잘 알려져 있다. 그는 미국의 소비시장이 커지는 1970년대부터 2000년대까지 코카콜라 같은 미국의 1등 소비재 기업에 장기투자해 세계 최고 부자가 됐다. 그의 투자방법을 보자. 코카콜라뿐만 아니라 월마트, 질레트 면도기, 월트디즈니 같은 1등 소비재 기업에 집중 투자했다. 버핏은 “주식투자에서 훌륭한 기업 3개를 만나면 큰 부자가 될 수 있다”며 우량주 장기투자에 대한 신념을 강조하곤 했다.

지금의 중국과 비슷한 1인당 국내총생산(GDP)을 기록하던 90년대의 한국도 비슷한 경험이 있다. 마이카 붐이 본격화되고 프로야구의 인기 속에 호프집과 맥주·치킨·피자의 소비가 본격적으로 성장하기 시작하던 시기가 바로 이때의 한국이다. 90년부터 2007년까지 내수 소비가 커지는 약 15년 동안 한국 내수의 1등주들은 높은 주가 상승세를 기록했다. 90년대 당시 제과 1등주인 롯데제과는 2만원대에서 현재 170만원대를 기록하고 있으며, 삼성화재도 100배 정도의 주가 상승률을 기록했다. 신세계·농심·아모레퍼시픽 등 대부분의 내수 1등주 역시 수십 배 이상의 높은 주가상승을 기록했다.

물론 현대자동차나 삼성전자의 경우도 마찬가지다. 하지만 대부분 투자자들의 한계는 장기투자를 하지 못했다는 것이다. 장기투자로 수익을 향유한 투자가들은 누구였을까. 90년대 초반 한국 증시개방 초기에 일찌감치 블루칩 열풍을 일으키며 지분신고를 한 외국인들의 가치투자펀드들이다. 그들은 한국시장에 블루칩이라는 용어를 소개하며 1등주들을 쓸어 담듯이 사들여 장기투자를 했다.

지금 중국은 내수소비가 확대되는 단계에 접어들었다. 1인당 GDP가 7000달러 전후로 상승하면서 이제 막 ‘의식주’ 문제가 해결되고 그야말로 소비의 시대가 시작되고 있다. 마이카 붐이 확대되고, 영화를 보기 시작하고, 서구식 과자나 라면·맥주 등의 소비가 대중화되고 있다.

도시화율이 51%를 넘어서면서 선진국처럼 80%를 향해 급격히 발전을 하고 있다. 도시화 역시 중국인들의 현대식 소비를 촉진시키는 계기가 될 것이다. 또 전 세계에서 보기 드물게 높은 저축률을 기록하고 있는 중국인들의 저축률이 하향되는 것도 필연적이라고 한다면 지금이 바로 중국 소비 관련 1등주에 관심을 기울일 때라고 생각된다.

투자 타이밍이라는 측면에서도 중국의 1등주에 투자 하기 좋은 이유는 중국 주식시장이 조정국면이라는 점이다. 과거 중국 증시는 6000포인트를 기록하기도 했지만, 현재는 2200포인트 전후로 지속적인 조정과정을 거쳤다.

국내 부자들의 투자행태를 살펴보자. 한국의 최고 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 삼성전자는 중국 시안에 70억 달러라는 큰 규모의 투자를 하고 있다. 삼성그룹은 삼성전자를 포함하여 삼성생명·삼성물산 등 주요 계열사 등을 통해서 10조원 이상 중국에 투자하고 있는 것으로 조사된다. 한국의 두 번째 부자인 현대자동차그룹 역시 연일 중국 공장 증설을 발표하고 있고, 서부의 쓰촨성에는 상용차공장을 신설했다.

선진국 시장은 지수형 투자가 바람직
많은 사람이 중국의 인건비가 올라서 사업하기가 힘들다고 공장을 철수한다. 하지만 인건비가 오르고 있다는 것은 중국의 구매력이 커지고 있다는 것이며, 소비시장이 커지고 있다는 방증이다. 이제야말로 중국 소비시장에서 높은 수익을 거둘 수 있는 시기가 시작되고 있다. 이제 국내경제의 저성장만 우려 할 게 아니고 해외 1등 기업의 주주가 되는 것도 생각해야 할 시기다.

이제는 해외투자를 생각할 때다. 해외투자를 한다고 할 때 글로벌 자산배분의 기준은 크게 세 가지다. ‘경제성장률’과 ‘경상수지’, 그리고 '국가신용등급’ 등이다. 마치 개별주식 투자 시에 기업이익 증가율과 재무구조를 보고 개별기업에 투자하는 것과 같은 이치다. 단기적으로는 미국시장의 경제성장률 상향과 ‘낮은 변동성’이라는 리스크를 감안하면 미국시장에 대한 투자는 가장 좋은 대안이 될 수 있다.

구체적인 방법으로는 경제구조가 안정되고, 자본시장이 선진화된 미국 같은 선진국시장에 대한 투자는 지수형 투자가 좀 더 합리적이라고 판단된다. 실제로 장기적으로 다우지수를 이기는 미국 펀드는 그리 많지 않은 것으로 나타난다.

문제는 중국이다. 장기적으로 높은 경제성장률과 소비시장의 성장을 생각하면 높은 수익률이 기대되지만, 변동성이 너무 커 투자에 어려움이 큰 것도 사실이다. 과거 우리 경험에서도 알 수 있듯이 높은 성장률은 높은 시장 변동성을 수반하기 마련이라 인덱스형 투자는 바람직하지 않다는 게 필자의 생각이다.

한국 주식시장도 90년 1000포인트를 기록한 이후 2004년까지 심한 변동성을 보여왔다. 중국과 같은 이머징시장에서는 지수형 투자보다는 내수시장에서 차별성 있는 확실한 1등주에 대한 장기투자가 답이라고 생각된다. 이제는 해외 우량자산에 대한 장기적인 분산투자를 생각해야 할 시기다.

조용준
신영증권 리서치센터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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