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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나미의 마음 엿보기] 결혼 피하는 사회

중앙선데이

입력

지면보기

328호 18면

모성과 육아에 가산점을 주네, 군필에 가산점을 주네 하고 설왕설래하지만 대다수의 젊고 건강한 여성은 군대에 가면 갔지 애는 낳지 않겠다고 말한다.

 남성들 역시 돈도 집도 없는데 무슨 결혼이냐고 손사래를 친다. 눈이 높아 결혼을 못 한다, 이기적이기 때문에 결혼하지 않으려 한다는 식으로 비난을 퍼부을 일이 아니다. 오히려 청년들이 미래에 대해 비관적으로 전망할 수밖에 없게 만드는 정의롭지도 않고 기회도 봉쇄된 구조적 문제점을 빨리 개선해야 할 것이다.

 개인적인 이유도 함께 짚어 보아야 한다. 성장하면서 부모와의 관계가 행복하지 못했다면 건강한 부모 역할에 대해 배울 기회도 없었을 것이다. 자녀를 위해 무조건적으로 희생하면서도 특별한 요구도 없었던 과거와는 달리 고속성장의 자본주의 사회에 살아남아야 했던 요즘 부모들은 본인의 한을 풀어 달라는 부담까지 자녀의 어깨에 얹어 준다. 어른들의 지혜가 존중받는 시대도 아니라 자녀들은 그런 부모들이 답답할 뿐이다. 부모들의 불안한 노후를 책임지고 부양하기는커녕 간섭은 하지 말고 뒷바라지만 해 달라고 당당하게 요구하기도 한다. 늙은 부모를 봉양할 의무가 없다고 생각하는 자녀들이 대부분이라면 회수가 불가능한 자녀교육은 그저 바보 같은 투자처럼 보일 뿐이다. 가족 내 갈등으로 이런저런 상처를 받은 경우도 결혼과 육아에 대해 긍정적인 태도를 지니기 힘들다.

일러스트 강일구

 “결혼해 봐야 손해다. 너는 이 꼴 저 꼴 보지 말고 하고 싶은 것 실컷 하면서 혼자 살라”는 메시지를 음으로 양으로 보내는 부모도 적지 않다. 맘대로 되지 않는 자녀들과 씨름하면서 “딱 너 닮은 자식 낳아 키워 봐라”라며 저주하는 부모들에게 자녀들은 “절대로 나 닮은 아이는 낳지 않겠다”고 화답하는 모양새다.

  내적 자신감이 없어서 아예 결혼 자체를 꿈꾸지도 않거나 무언가에 헌신하고 책임지는 것을 피하는 것도 문제다. 현실에서 도전정신을 키우는 대신 ‘무한도전’ 같은 프로그램에서나 도전이란 단어를 구경하고 만다. 그런 젊은이들에게 출산장려금 몇 백만원이 무슨 의미가 있겠는가. 그 와중에 미혼모들은 모텔에서, 공중 화장실에서 아이를 유기해 버린다. 준비가 되지 않은 어린 모성과 그들의 아이도 엄연히 보호해 주어야 진정한 선진사회가 아닐까. 실제로 선진국 중에는 임신한 고등학교 여학생들을 위한 수유실과 휴게실을 마련하는 곳도 있다. 한편으로는 필리핀에는 성매매 등을 통해 태어난 코피노가 1만 명이 넘는다니 그들을 껴안을 방책도 마련해야 할 것이다. 베트남 전쟁 이후 다른 저개발국가에서 벌어진 원정 성매수를 생각해 보면 얼마나 많은 한국의 핏줄이 외국에서 방치되고 있는지 부끄럽다. 그들만 모두 거두어도 한국의 미래는 밝다. 아버지만 입증된다면 코피노와 그 어머니의 이민을 받아들이고, 미혼모나 미혼부에게 아이를 키울 수 있는 주거와 일자리를 제공하는, 그런 따뜻한 나라를 꿈꾸어 본다. 세상에 대한 냉소와 미래에 대한 비관주의에 빠져 어른으로서의 헌신과 책임을 무서워하고 회피하는 젊은이들에게 신흥국 출신의 아이들은 오히려 큰 스승이 될 수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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