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민당의 국회단독소집 요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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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28일 신민당은 정무회의에서 『신민당이 국회소집을 나주재선거 이후로 미룬다면 재선일자를 늦추겠다』는 공화당제의를 검토한 끝에 이를 거부기로 결정하고 2월6일 임시국회를 단독소집하기 위해 금명간에 국회소집 요구서를 내기로 했다.
이로써 임시국회 소집일자와 나주재선거일 결정을 절충하기위한 여야협상은 완전히 결렬되었는데, 정부는 2월28일에 나주에서 재선을 실시하겠다고 공고하는 한편, 나주지구의 주민등록사무를 선거전에 완전히 끝내기 위해 주민등록법시행령개정안과 국회의언선거법시행령개정안을 의결공포했다. 앞으로 정부당국은 선거인 명부작성에서 만전을 기할줄로 알지만 임시국회소집일자와 나주재선거일 결정을 절충하는 따위의 사소한 문제에 관해서도 여야간에 협상타결이 이루어지지않고 제각기의 입장에서 독자적인 행동을 취하려는 그릇된 정치풍토를 우리는 못내 유감으로 생각한다.
신민당이 2월중 임시국회소집을 요구한것은 양곡정책등에 관해 일련의 대정부질의공세를 펴겠다는것인데, 그 속셈에 있어서 이와같은 정치공세를 취함으로써 나주재선을 자당에 유리하도록 전개해보려는 정략적 동기를 내포하고 있음을 부인못한다. 신민당이 내세우는 국회소집요구가 객관적으로 보아 수긍할만한것인가에 관해서는 이견이 많은줄 알지만, 보선실시와 임시국회소집요구릍 결부시키려는 태도는 원칙적으로 옳지않다.
앞으로 소집될 임시국회에 대해서 여당이 어떤자세를 가지고 대할는지 현재로는 전망이 확실치 않다. 그러나 지금까지의 사태추이나, 여당국회의원의 대다수가 귀향중에 있다는 사정을 고려에 넣는다면 여당은 아마도 십중팔구는 국회출석을 「보이코트」하게될것 같고, 결국 임시국회는 개점휴업상태에 빠지는것을 면하기 어려울것 같다.
다수당으로서는 국회소집에 관해서 동의를 준바 없고, 소수당의 단독소집요구로 임시국회가 열리게 된것이니, 이런 국회에의 출석을 「보이코트」한다해도 그것이 무엇이 나쁘냐고 반문할는지 모른다. 그러나 원내의석에 있어서 3분의2선을 훨씬 넘은 압도적인 다수를 차지하고 있는 여당이 야당이 모처럼 국회를 소집하여 대화의 길을 마련하자는데 대해 이를 덮어놓고 기피·배척코자 한다고 하면, 다수당의 체면은 말이 아닐뿐더러, 반대당간의 토론· 설득·타결의 무대로서의 국회정치가 존재해야할 이유 그 자체가 희박해지고 만다.
과거의 타성대로 소수당이 국회소집을 요구하면 다수당이 이를 기피·배척하고, 또 반대로 다수당이 국회소집을 요구하면 소수당이 이를 기피·배척하는 경향을 청산치못한다고하면 여야는 대화의 본고장인 국회를 통해서 마저 의사를 소통합수없다고하는 기막힌 상황이 성립되기 마련이다. 그리고 이런 상황하 여야간에는 국민부재의 극한적 대립만이 벌어지기 마련일것이다. 그러므로 여야 어느측이 국회소집을 요구했건간에 반대측도 성실한 태도를 가지고 정정당당히 국회에 츨석하여 토론과 설득, 표결을 하는 올바른 전통을 세워나가지 않으면 안된다.
우리는 이번 임시국회가 여야합의로 열리지 못하게된것을 유감으로 생각하면서 임시국회가 개점휴업상태에 빠지지않기위해 여당이 관용과 아량을 최대한으로 베풀것을 요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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