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미 운동의 선행조건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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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2면

정부는 연초부터 대대적인 절미운동을 전개할 방침을 세웠다고 한다. 지난 13일 경제각의 에서 의결된 절미운동의 대강은 모든 음식판매소는 매주 수·토의 이틀 동안 11시부터 17까자 쌀을 원료로 한 일절의 음식판매를 금지한다 ②관공서와 정부직할기업체의 구내식당에서는 쌀 음식판매를 일절 금지한다 ③공무원의 가정에서 분식 또는 혼식을 여행하도록 각급 기관장이 적극 지도 권장한다 ④각급 학교장은 학생도시락의 혼식 또는 분식여행을 지도한다는 것 등으로 되어있다.
우리나라에서 절미운동의 필요성이 제기된 것은 결코 금년이 처음은 아니다. 그러나 종래 절미운동이 제창된 것은 주로 흉작 때마다 미가등세를 꺾는 하나의 간접적인 강제수단으로써 정부가 거의 유일한 전가보도식으로 끄집어냈던 구호였다고도 할 수 있다.
작년의 흑심 했던 한해로 인한 쌀 수확고의 격감이 그렇지 않아도 부족한 식량사정에 더욱 어두운 그림자를 던져왔던 것인데 이러한 상황 하에서 그간 보합 상태를 유지했던 싼값이 금년에 접어들자 다시 고개를 들기 시작함으로써 정부의 강력한 미가조절대책이 이제 불가피한 요청으로 대두된 것으로 볼 수 있는 것이다. 특히 작년 서울에서 보이고 있는 미가등세에 대처하여 농림부는 정부보유미를 농협에 대여, 13일부터 용산공판장에서 방출을 개시하기에 이르렀다. 따라서 앞으로 계속해서 이와 같은 정부미 방출과 함께 순조로운 외미 반입이 이루어지고 또 유통경로에서 폭리를 꿈꾸면서 날뛰는 일부 중간상인들의 농간을 견제할 수 만 있다면 국민은 그다지 미가파동을 걱정할 필요는 없을성싶다.
그리나 과거의 경험에 비추어, 국민은 정부의 이와 같은 미가조절책 만을 전폭적으로 신뢰하지는 못하고 있는 것이 또한 엄연한 사실임을 부인하지는 못할 것 같다. 이것은 국민이 정부의 성공적인 미가조절대책에 대하여 아직도 전폭적인 신뢰를 못 가지고 정부의 역량으로써 만은 쌀 중간상인들의 농간조차 완전히 뒤집어엎을 만큼 기동성 있는 조치를 취하지 못 할 것으로 믿고있기 때문이라 할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상기한 바와 같은 정부의 절미운동 제기가 미가가 폭등하고 있는 이 시기에 행해진 것은 정부자체의 곡가조절에 대한 자신상실을 보여준 것으로 「타이밍」의 잘못을 지적하지 않을 수 없다.
물론 우리의 높은 미식율이 바람직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보다 영양가 있고 보다 흡수율이 높은 분식장려를 원칙적으로 마다고 하지는 않는다. 근대시민으로서 가장 뒤떨어진 현행의 식생활은 개선되어야 마땅하다고 본다.
그러나 문제는 너무나 인흥적인 절미운동 이라는 점이요, 현재의 생활여건은 무시한 식생활 개선책이라는데 있다. 현재로도 도시민의 식생활은 길게 보면 개선의 방향을 걷고 있다해도 과언이 아닐 것이다. 다만 그 변화가 지지부진한 것은 식생활의 관습을 일조일석에 변혁 할 수 없다는 것과 분식이 미식에 비해 결코 경제적이 아니라는 데서 찾아 볼 수 있을 것이다.
정부의 절미운동은 긴박한 식량사정을 완화하는데 일조가 될 줄 믿으나 차제에 국민의 식생활 개선을 위해 보다 근본적인 정책 제시가 앞서야 할 줄 안다. 분식 여행에는 분식을 가능케 할 여건을 먼저 조성해 주어야 할 것이고, 덮어놓고 국민에게 희생과 불편을 강요하지 않기를 바라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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