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줏대감」몰라본다" 이발관에 가둬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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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7면

지난 4일밤 11시45분쯤 서울중구다동「올림피아·홀」맞은편 길가에서「리어카」에 천막을 치고 국수와 막걸리를 팔고있던 최인애여인(59·중구필동2가84)은 다동 일대의 불량배 박동우(23·주거부정)등 4명의 구둣발에 왼쪽 눈위가 약10센티나 찢어지고 앞니가 부러지는 등 온몸에 20여 군데의 상처를 입고 길바닥에 쓰러졌다가 행인 이경재씨(40·조선일보사운전사)에 의해「메디컬·센터」로 옮겨져 깨어났다.
이날 밤 박 등 4명은 최여인에게서 막걸리 1되와 안주등 2백50원어치를 먹고 돈을 치르지 않고 닭고기 안주까지 훔쳐 가지고 달아났다.
최여인이 이들의 뒤를 따라가며『불쌍한 늙은이가 먹고살기 위해 하는 짓이니 제발 돈을 달라』고 애원하자 이들은『다동 일대의 터주대감을 몰라보는 년은 죽어야한다』면서 최여인을 인근 미림 이발관으로 끌고 들어가 쇠덧문을 내려놓고 구둣발로 마구 찼다.
『사람 살려라』고 외치는 최여인의 비명을 듣고 이발소 위층의 유몽다방 종업원들이 뛰어내려오자 이들은 피투성이가 된 최여인을 눈 덮인 길가에 내던지고 달아났다.
다음날인 5일 상오10시쯤 최여인의 이웃에 사는 이갑호씨(46)가 최여인의 말을 듣고 격분, 이들 불량배를 찾아 다동일대를 헤맨 끝에 이날하오4시쯤 여자와 함께 걸어가는 박동우를 잡아 남대문경찰서에 넘겼다.
남대문경찰서는 6일 상오 박을 폭력행위 등 처벌에 관한 법률 위반혐의로 구속영장을 청구했으나 영장이 기각되는 바람에 박은 풀려 나와 자취를 감추어 버렸다.
20년전에 남편을 사별하고 혼자 몸으로 노점행상을 해가며 하루3∼4원의 수입으로 살아왔다는 최여인은『세상에 이럴 수가 있느냐』고 병상에서 하소연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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