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죽음의 건널목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1면

새해 꼭두머리부터 너무나 끔찍스런 교통사고가 서울시내 휘문동 건널목에서 일어났다. 어제8일하오8시48분 귀가길의 변두리 주민들을 태운 만원 「버스」건널목에서 열차와 충돌 17명이 죽고 69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철로길에 낭자한 피의바닷속에 굴러떨어진 사과는 뭔가 설날맞이의 기쁨에 아직도 잠겨있던 어린이가 먹다만 것이었는지.
어느때나 다 그렇지만 특히 이번사고에는 석연치 않은데가 많다. 기적적으로 살아남은 승객의 말로는 「버스」가 건널목에 이르렀을 때 차단기는 내려져 있지 않았었다 한다.
그러나 철도청당국은 처음으로 지난해에 설치한 최신식 차단기는 열차가 6백미터 가까이 이르면 자동적으로 경보가 울리도록 되어 있다고 밝히고 있다. 그리고 차단기가 부서진 것을 보아도 「버스」의 「브레이크」고장에 원인이 있다고 주장하고 있다.
얼떨결에 사고를 당한 목격자의 말이 모두 정확할 수는 없다. 그렇다 하더라도 차단기 고장으로 뒤늦게, 즉 열차가 지나갈때와 거의 동시에 내려졌기 때문에 빚어진 사고일수도 있는 일이다.
그토록 많은 사상자가 난것은 열차와 충돌한후 50여미터나 떠밀려가다 휘발유「탱크」폭발로 순시에 차체가 화염에 싸인 때문이라고도한다.
그리고 정원 67명의 「버스」가 88명 가령이나 콩나물을 싣듯 승객을 태운 때문에 밖으로 뛰쳐나올수가 없었다는데도 원인은 있었다. 그러나 사고발생후 15분만에야 겨우 소방차 한 대가 출동했다는 것 역시 결코 눈감아둘수 없는 일이 아닐까.
하기야 차단기가 내려 있거나말거나 건널목에서는 일단 정지해야한다는 교통규칙을 어긴「버스」에 1차적인 책임이 있다는 것은 숨길수 없다. 그렇다하더라도 보다 철저한 원인 규명이 있기도전에 「버스」에만 책임이 있다고 보는 당국의 태도에는 새삼 이맛살이 찌푸려진다.
이 건널목은 3년전에도 사고를 일으켰던 곳이며, 서울에서도 두번째로 붐비는곳. 만일에 애써만든 신도만 달렸다면 이런사고도 없었을 것이다. 왜하필이면 그런 마의 건널목을 지금까지 만원「버스」로 달리도록 내버려두었는지. 노른자위 황금노선의 변경이 없도록 「버스」회사측에서 그동안 어떤 앙칼진 이면공작이 있었는지는 몰라도, 생각할수록 알수없는 일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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