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은 지금 축제…테헤란 거리는 지금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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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을 꺾고 월드컵 본선 진출을 확정 지은 이란이 축제 분위기에 빠졌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본선에 진출한 한국과는 사뭇 대조적이다.

이란은 18일 울산 문수경기장에서 열린 2014 브라질 월드컵 아시아지여 최종예선 마지막 경기에서 한국을 1-0으로 꺾고 조 1위(16점)로 본선행을 확정했다. 이란이 월드컵에 진출한 것은 2006 독일 월드컵에 이어 8년 만이다. 한국(조2위·14점)은 비기기만 해도 수월하게 본선에 오를 수 있었지만, 승점이 같은 우즈베키스탄(조3위·14점)과 골득실(한국 +6·우즈베키스탄 +5)을 따진 뒤에야 겨우 브라질 행 티켓을 손에 쥐었다.

FIFA 홈페이지는 “이란이 아시아의 강호 한국을 꺾고 월드컵 본선에 진출하자 수백만의 이란인들이 테헤란 거리로 쏟아져 나왔다”고 전했다. 이란 국민들은 ‘브라질이여, 우리가 왔다(Brazil here we come)’ 라는 노래를 부르며 본선 진출을 자축했다.

테헤란 거리에서 녹색-흰색-붉은색으로 이뤄진 이란 국기가 넘실거렸고, 오타바이를 탄 젊은이들은 쉴새 없이 경적을 울렸다. 피파 홈페이지는 “길거리에 세워진 오토바이에선 라디오를 가장 큰 소리를 틀어 놓고 있었고, 행인들은 서로 춤을 추고 기뻐했다. 경찰관들은 이를 지켜만 보고 있었다”고 전했다. 마치 한국에서 2002 월드컵이 열렸을 때와 비슷한 분위기다.

최근 선거에서 당선된 이란 하산 로와니 대통령도 “나는 오늘의 승리가 더 거대한 승리의 전주곡이라 생각한다”며 흥분을 감추지 못했다.

이날 경기는 월드컵 본선 진출권 걸린 경기이기도 했지만, 이란과 한국의 자존심 대결이기도 했다.

경기 전부터 양팀 감독은 사이 설전이 오가며 분위기가 과열됐다. 이란 케이로스 감독은 최강희 감독과 우즈베키스탄 유니폼을 합성해 자신의 티셔츠에 붙인 사진을 SNS를 통해 공개했다. 최강희 감독이 11일 우즈벡전이 끝난 뒤 우즈벡 기자의 질문을 받고 "이란이 우즈베키스탄보다 조금 더 밉다. 우즈벡과 브라질에 함께 가고 싶다"고 한 발언에 대한 대응이었다.

이란의 도발은 여기서 끝나지 않았다. 경기가 끝난 뒤 케이로스 감독과 코칭스태프가 한국 벤치로 와 삿대질을 하고 주먹 감자를 날리는 등 비매너를 보였다.

최악의 시나리오로 본선에 진출한 한국은 이란 코칭스태프의 모욕에 분위기가 더 가라 앉았다. 경기 끝난 뒤 한 때 대한축구협회 홈페이지는 화가 난 네티즌들이 몰리며 다운이 되기도 했다.

한편 피파는 이란이 한국을 꺾은 것에 대해 "한국과 원한 맺힌 경기에서의 승리"라고 표현했다.

손애성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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