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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피니언 사설

어린이집 대책 땜질식 처방으론 안 된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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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30면

어린이집에 아이를 맡기는 부모가 원하는 것은 오직 하나다. 부모가 돌볼 수 없는 시간 동안 아이가 안전하게 보호받는 것. 그러나 최근 어린이집 아동학대와 불량급식 문제 등이 연일 드러나며 어린이집에 대한 불신이 높아지고 있다. 부모들은 CCTV가 설치된 어린이집을 찾아다니고, 평가인증 등을 챙기지만 이게 곧 안전을 담보하는 건 아니다. 본지의 기획보도 ‘안심하고 애 키울 수 있는 나라’ 특별취재팀에 따르면 송파경찰서에서 정부보조금 횡령 등 혐의로 수사를 받고 있는 어린이집의 인증실태를 확인했더니 85%가 평가인증을 획득한 것으로 나타났다는 것이다. 실제로 어린이집들은 평가인증을 받을 때 조작과 편법을 동원하기도 하므로 걸러내기가 쉽지 않다고 했다. 기본적인 ‘보육의 질’에 대한 신뢰가 낮을 수밖에 없는 실정이다.

 이에 보건복지부는 아동학대나 부실급식 등이 적발된 어린이집은 평가인증을 최대 10년까지 제한하는 등을 내용으로 한 영유아보육법 개정안을 마련해 입법예고했다. 그러나 이 대책에도 ‘땜질식 처방’이라는 미덥잖은 시선이 쏠리고 있다. 어린이집 행정에 대한 신뢰 역시 낮기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최근 불거지는 문제가 어린이집의 태생적 난맥상이 제대로 정돈되지 않은 채 공공보육 시스템으로 전환되면서 나타나는 현상으로 진단한다.

 우리나라 어린이집은 1991년 영유아보육법이 발효된 후 숫자 늘리기에 급급해 마구 허가를 내주며 시장이 확대됐으며, 자유롭게 팔고 살 수 있는 진입장벽이 낮은 시장이었다. 이 과정에서 보육교사 역시 단기간 대량 양성에 주안점을 두고 양성돼 자질 검증이 제대로 되지 않았다. 최근엔 사이버 교육을 통해 더욱 쉽게 자격증을 취득할 수 있게 되면서 자격증 취득자가 넘쳐 인력을 싸게 공급하는 시장까지 형성돼 있는 실정이다. 이렇게 어린이집은 교육사업이 아니라 사적 영업의 영역에서 종사자들의 자질 검증 자체가 미진한 채로 오늘에 이르렀다. 그런데도 정부는 이런 민간 시스템의 정비 없이 서둘러 공공보육을 도입해 공공자금을 투입하는 바람에 업계가 이권을 둘러싸고 이익집단화하고, 보육비 부정수급이 만연하는 등 부정까지 증폭되고 있다.

 이렇게 쉽지 않은 상황이지만 보육은 중단될 수 없다는 점에서 ‘보육의 질’을 일정 수준까지 높이는 작업은 시급히 실행돼야 한다. 당국의 관리감독이 강화돼야 하는 것은 물론이다. 하지만 가장 시급한 것은 보육 종사자들의 자질을 끌어올리는 것이다. 이에 전문가들은 종사자들의 자질 검증 시스템을 마련하고, 기존 종사자들에 대한 보수교육과 애로사항 청취 등을 통해 업무환경 개선 노력을 함께 하는 등 점차 어린이집 문화의 선순환 구조를 이루도록 하는 것도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또 공보육이 도입된 만큼 중장기적으로는 보육교사도 유치원 교사 수준으로 자격요건을 강화해야 한다는 지적도 나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