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 부끄러운 월드컵 본선 8연속 진출…이란전 패배

온라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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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숨이 절로 나왔다. 이게 한국 축구의 실력인가라는 한탄이었다. 최강희호는 결국 거기까지였다. 실망스러웠다. 아시아 무대의 숙적 이란을 맞아 스코어와 전술 모두 완패했다. 천신만고 끝에 브라질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지만 '상처 뿐인 영광'이었다.

한국은 18일 울산문수경기장에서 열린 이란과의 2014 브라질월드컵 아시아지역 최종예선 8차전에서 0-1로 졌다. 후반 15분 상대 주포 레자 구차네자드(스탕다르 리에주)에게 허용한 선제 실점을 끝까지 만회하지 못했다. 한국은 최종예선 8경기서 4승2무2패를 기록, 승점 14점에 머물렀다. 이란(16점)에 이어 조 2위로 본선행 티켓을 간신히 거머쥐었다. 승점이 같은 3위 우즈베키스탄에 골득실에서 단 한골을 앞섰을 정도로 초박빙의 승부였다.

경기 전 최강희 감독이 공언한 '초(超) 닥공'은 신기루였다. 이동국(전북), 김신욱(울산), 지동원(선덜랜드), 손흥민(레버쿠젠) 등 공격수 4명을 한꺼번에 투입했지만, 서로 손발이 맞지 않았다. 미드필드진과의 공조 플레이 또한 실종됐다.

공격 전술은 없었다. 하프라인을 넘어서자마자 최전방에 포진한 공격진을 향해 볼을 띄우기 급급했다. 공격수들은 상대 수비수의 밀집방어를 뚫지 못한 채 우왕좌왕했다. 볼 점유율은 높았지만 실속이 없었다. 무승부 이상만 거뒀어도 여유 있게 조 1위 본선행을 확정지을 수 있었지만, 최강희호 공격력은 기대에 한참 못 미쳤다.

수비는 집중력에서 문제점을 드러냈다. 김치우(서울)-김영권(광저우헝다)-김기희(알사일리아)-김창수(가시와레이솔)이 포백을 이룬 디펜스라인은 이란의 공격진을 전반적으로 잘 막아냈지만, 단 한 번의 실수로 실점을 허용했다. 김영권의 클리어링 미스를 틈타 볼을 가로챈 구차네자드가 골키퍼 정성룡과 맞선 상황에서 침착한 왼발 인프런트 슈팅으로 골망을 갈랐다. 한 골을 실점한 이후에도 한국은 전술 변화 없이 밋밋한 공격을 거듭했고, 결국 패배로 경기를 마무리했다.

이번 경기를 앞두고 이란과 신경전을 벌인 것 또한 결과적으로 한국축구의 자존심을 더욱 깎아내리는 결과를 낳았다. 이란과의 홈&어웨이 맞대결에서 모두 패한 한국은 '아시아 축구의 맹주'답지 않은 부끄러운 성적과 경기력으로 실망을 안겼다. 1년 앞으로 다가온 브라질월드컵 본선을 앞두고 많은 숙제를 남긴 경기였다.

송지훈 기자 milkyman@joongang.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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