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은 바람...시는 그 반려-석지현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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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내가 자란곳은 어느 시골의 조그만 암자였습니다. 이절 마당에는 약3백∼4백년쯤 되어보이는 노송여섯구루가 저마다 한 개씩의 하늘을 이고 타원형으로 모여있습니다. 잠 못드는 밤은 「기탄잘리」를 읽다가 소나무상에 흐르는 어둠을 밀면서 마당가를 거닐면 우-우 솔바람이입니다. 솔바람이 자장가를 부른다고 나는 생각했습니다. 때론 소나무의 껄껄한 등걸에 볼을 비비며 어머님의 품안 인 듯 안겨 울기도 했습니다. 지금도 그 은은하고 신비로운 바람소리가 들여옵니다. 나의 생은 바람입니다. 이유없이 불어왔다간 자취 없이 사라지는-. 그리고 외로울땐 시를 씁니다. 쓰다가 지쳐 쓰러져버립니다. 「문학도 문학이지만 먼저 참된 수도인이 되어야하느니라.」 걱정하시는 스님의 음성이 들려옵니다. 문학은 저의 길에 단하나의 반려로서 이 생이 다 하나는 날까지 꾸준히 매진할 것을 다짐하며 부끄러운 이 당선을 평소, 아껴주고 염려해주던 내주위의 모든 사람들과 같이 나누겠습니다. 그리고 졸작을 뽑아주신 심사위원 선생님들, 그리고 중앙일보 여러분들께 깊은 감사를 드리는 바입니다.

<약력>
▲충남 서천 출생(42세)▲9세에 부여 고관사에 인산 수도 15년▲ 본명=함정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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