푸틴이 수퍼보울 우승 반지 슬쩍했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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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22면

푸틴이 2005년 상트페테르부르크에서 수퍼보울 우승 반지(왼쪽)를 들고 있다. [AP 뉴시스]

블라디미르 푸틴 러시아 대통령이 8년 전 챙긴 미국프로풋볼(NFL) 우승 반지 하나가 논란을 일으키고 있다. 한쪽은 ‘강탈’이라고 하고 다른 한쪽은 ‘선물’이라고 주장하며 진실공방까지 벌어졌다.

 논란은 15일(한국시간) 뉴욕포스트 보도를 통해 불거졌다. NFL 뉴잉글랜드 패트리어츠의 구단주인 로버트 크래프트는 지난주 한 시상식에서 2005년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를 방문했을 때 푸틴 대통령이 자신의 39회 수퍼보울 우승 반지를 가져갔다고 밝혔다. 크래프트는 “반지를 빼 푸틴에게 보여줬더니 ‘이 반지로 사람도 죽일 수 있겠다’며 호주머니에 넣었다”고 밝혔다. 4.94캐럿의 다이아몬드가 박힌 이 반지는 2만5000달러(약 2800만원)가 넘는 물건이다. 현재는 러시아 정부에 들어온 모든 공식 선물을 보관하는 크렘린궁 도서관에 있다.

 그는 8년 전 일부 언론들의 의혹 제기에도 불구하고 반지를 선물했다고 말한 바 있다. 뒤늦게 말을 바꾼 배경으론 “당시 백악관에서 전화를 걸어 ‘반지를 선물로 줬다고 하면 미국·러시아 관계에 최고의 이익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고 전했다. 돌려받고 싶었지만 정부의 압력에 어쩔 수 없었다는 설명이었다.

 푸틴 대통령 측은 곧바로 반격했다. 드미트리 페스코프 러시아 대통령 공보실장은 16일 “크래프트의 말은 이상하다. 당시 나는 푸틴 대통령과 크래프트의 20cm 옆에 서서 반지를 선물로 준다는 말을 들었다”고 밝혔다고 CNN이 전했다.

 사태가 커지자 크래프트의 대변인은 “웃음을 위해 유머러스한 일화로서 말한 것”이라고 진화에 나섰다.

정종훈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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