척추 질환, 개복수술 대신 내시경 레이저로 '표적 치료'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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참포도나무병원 의료진이 척추디스크 환자에게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시술을 시행하고 있다. [김수정 기자]

나이가 들면 척추에도 주름살이 생긴다. 형태가 변형되고 탄력이 떨어지면서 척추관협착증·디스크 같은 척추질환이 온다. 이때 환자들은 수술 여부를 놓고 고민한다. 특히 고령이거나 고혈압 같은 만성질환이 있는 환자는 수술에 대한 두려움이 크다. 참포도나무병원 이동엽 원장은 “척추질환자 중 수술이 필요한 경우는 5% 내외”라며 “팔·다리 마비나 대소변 조절장애가 있지 않다면 수술없이 충분히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최근 내시경과 레이저로 척추질환을 치료하는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가 주목받고 있다.

디스크·협착 한번에 치료가능

척추를 구성하는 조직이 늙으면 척추뼈가 변형된다. 주변 근육·인대가 약해지면서 견고하던 척추뼈가 불안정해져서다. 척추뼈 마디에서 충격을 흡수하는 디스크는 수분이 빠지면서 탄력을 잃는다. 점차 찌그러지다가 터져 급기야 수액이 흘러나온다. 이렇게 되면 척추뼈 안에 척수신경이 지나가는 공간이 점점 좁아져 척추관협착증이 온다. 터진 수액이 흘러 척수신경을 압박하면 다리저림·마비·통증이 나타난다. 척추는 조직이 복잡해 통증을 일으키는 원인이 복합적인 경우가 많다.

 꼬리뼈 내시경 레이저는 이처럼 미세한 척추질환의 원인을 제거하는 데 효과가 좋다. 먼저 꼬리뼈에 부분마취를하고 3㎜의 가는 관을 삽입해 내시경으로 척수신경이 눌리거나 엉겨붙은 부위를 찾는다. 치료가 어려운 신경근 주위의 유착은 레이저를 쏘아 제거한다. 신경을 압박하는 디스크나 수핵, 두꺼워진 인대는 레이저로 크기를 줄여 좁아진 척추관을 확장시킨다. 이동엽 원장은 “내시경으로 직접보면서 치료하므로 MRI(자기공명영상장치)로도 확인할수 없는 병변을 찾아낸다”며 “시야가 확보되므로 다리가 저리고 당기는 좌골신경통이나 수술 후 재발해 심한 유착으로 재수술이 불가능한 경우도 통증의 원인을 찾고 치료할 수 있다”고 말했다.

 부분마취로 시술하므로 고령자·만성질환자도 부담이 없다. 이동엽 원장은 “환자와 편하게 대화를하며 시술한다”며 “피부를 째지 않으므로 출혈로 인한 통증·감염·흉터를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고 말했다. 다만 시술부위까지 가는 관이 들어가면서 주변 신경을 건드릴 수 있으므로 숙련된 전문의의 손기술이 중요하다.

시술 후 재활치료로 사후관리 신경써야

사후관리는 재발을 방지하는 첫걸음이다. 척추수술 환자 10명 중 1명은 5년 내 재발한다는 조사결과도 있다. 참포도나무병원 안풍기 원장은 “디스크에 문제가 생기는 가장 큰 원인은 주변 인대와 근육이 약해지기 때문”이라며 “디스크와 협착증의 증상에 따라 인대 강화 주사와 재활치료로 재발을 막는 게 중요하다”고 말했다.

 인대강화주사는 염증을 가라앉히고 손상된 조직을 재생시키는 치료다. 인대조직을 튼튼하게 만드는 세포가 늘도록 돕는다. 참포도나무병원 오규성 원장은 “신경·관절이 손상되면 염증물질이 나오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찌꺼기가 돼 잘 굳는다”며 “찌꺼기는 척수신경과 척추관에 들러붙으면서 만성적인 허리통증과 다리저림, 시린 통증을 유발하는 원인이 된다”고 말했다. 주사치료와 함께 운동을 포함한 재활치료로 근육을 단련시키면 척추 유연성이 회복되고 재발을 방지하는데 효과적이다.

 척추질환은 막연히 수술을 해야 한다고만 생각해 두려운 마음이 앞서는 경우가 많다. 안풍기 원장은 “민간요법을 사용하거나 약만 먹다가 병을 악화시키는 환자가 상당수”라며 “지금은 수술을 하지 않아도 치료할 수 있는 다양한 시술이 나왔으므로 적극적인 치료의지를 갖고 일찍 병원을 찾으면 좋은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다”고 말했다.

글=이민영 기자
사진=김수정 기자

◆참포도나무병원=일본·대만 등 각국 의료진이 비수술 척추치료 술기를 배우려고 찾는다. 지난 1년간 6개국 의료진이 찾아와 노하우를 익히고 돌아갔다. 매일 아침 9명의 의료진을 포함한 스텝들은 컨퍼런스로 하루를 시작한다. 당일 시술해야 할 환자의 증상·연령·병변을 분석해 적합한 치료법을 찾는다. 수술받는 모습을 보호자가 대기실에서 모니터를 통해 실시간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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