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난동이변

중앙일보

입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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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초기「로마」력은 3월부터 시작된다. 영문 「디셈버」라는 명칭은 이「로마」력에서 기원한다.「10번째 달」(Decem)이라는 뜻이다. 12월은 영어로는「10월」이라는 자의를 갖고 있는 것이다. 「로마」사람들은 이 12월을 겨울의 증탁을 넘기는 달로 여겼다. 「디셈버」만 지나면 겨울은 내리막길이라는 생각이다. 그래서 이달을 「축제의 달」로 지냈다. 푸짐한 음식을 차려놓고 이웃끼리 오거니 가거니 하며 「지겹게 추운 겨을」의 등을 밀어내는 기쁨들을 나누는 것이다.「이탈리아」 지방과 우리나라의 기후가 꼭 맞아떨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올 겨울은 중턱은 커녕 코끝도 올 수 없는 형편이다.
서울지방의 기온은 내내 상춘에 머물러 있으며 외신은 역시 세계의 난동이변을 알린다. 1일의 서울지방 최고기온은 13도.「뉴요크」도 「런던」도 「파리」도「로마」도 요즘의 최고기온은 12도 내외.
하긴 「시베리아」지방엔 근년에 난데없이 종달새가 날아다닌다는 보도가 있었다. 성급히 철새들이 계절감각에 어두워졌다는 이야기를 하는 사람도 있다. 기후의 「핸들」을 쥐고 있는 것은 한국의 경우, 겨울엔 「몽고」지방이나「시베리아」이다. 그쪽에서 한파가 내리닥치면 한반도는 순식간에 빙판이 되어 버린다.
「시베리아」나 「몽고」지방에 만일 해류만 잡아넣을 수 있다면 그쪽 기후의 뒷덜미를 꼼짝없이 잡을 수 있다는 생각을 하는 과학자도 없지는 않다. 이른바「시베리아」의「오렌지· 필드」계획이다. 과학자의「로맨틱」한 착장인지도 모른다. 하긴 해류를 끌어들이는 일은 어느 진시황형의 집권자가 결단한다면 될 것도 같다.
그러나 지구가 미사의 이유로 엄청나게 춥기도 하고, 또 따뜻하기도 한 것은 흥미 있는 일이다. 대개는 핵탄 실험으로 해류의 방향감각을 어지럽혀 놓았다고 주장하는 기상학자도 없지는 않다. 한걸음 앞서 인공위성의 개발은 앞으로 기상조작에도 막대한 기여를 할 수 있다고 한다.
가령 한반도로 줄달음질치는 대륙성 고기압을 인공위성에서 미리 탐지, 이때 기류에 충격을 줄 수 있는 어떤 물체를 폭발시키면 그 고기압의 기세를 꺾어놓을 수 있다는 발상이다. 물론 공상소설에 가까운 이야기지만-.
아뭏든 올 겨울은 난동이변으로 한반도의 김치맛만 버려놓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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