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설] 미국통으로 외교팀을 짜라

중앙일보

입력

업데이트

지면보기

종합 30면

새 정부의 대미 인식을 알리겠다는 의욕으로 미국을 방문하고 돌아온 대통령당선자 특사단에 대해 비판이 무성하다.

특사단끼리 미 정부 측에서 주한미군 철수 문제를 '거론했다''안했다'로 엇갈리는 반응을 보인 데 이어 '북한의 붕괴보다 핵 보유를 바란다'는 발언의 진위를 놓고 구설에 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이런 실수가 빚어진 이유는 특사단의 구성에서부터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새 정부의 외교 입장을 설명하러 갔다면 최소한 정확한 의사소통을 할 수 있는 외교적.문화적.언어적 훈련이 돼 있는 대미 전문가를 보냈어야 했다.

그렇지 않아도 한국 정부의 애매한 태도에 불안감을 느끼고 있던 미국 관계자들에게 어설픈 언행으로 이러쿵저러쿵 여러 뒷말을 남긴 걸 보면 불신만 더 키운 꼴 아니겠는가.

우리는 특사단의 이러한 행태를 보면서 새 정부의 외교팀이 어떤 인물들로 구성될지 걱정스럽기만 하다.

노무현 당선자 자신이 미국에 한번도 가지 않았다고 할 정도로 국제적 경험이 없는데 그 주변마저 특사단처럼 빈약하다면 문제가 심각하기 때문이다.

사실 지금까지 우리 외교의 90%는 대미 외교였다. 그만큼 대미 외교의 비중이 컸다. 최근 반미 기류와 북핵 문제, 주한미군 문제 등을 감안한다면 대미 외교의 중요성은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특히 50년 한.미동맹이 지금처럼 흔들린 적이 없었다는 점에서 더욱 그러하다. 어쩌면 앞으로의 몇년이 한국의 운명을 결정하는 주요한 기간이 될지도 모른다.

그런 점에서 盧당선자의 국정 우선순위는 외교.안보다. 경제의 불안감이 커지는 것도 순탄치 않은 대미 관계의 영향이 크다. 따라서 외교장관과 청와대 외교보좌관 등은 미국통을 골라야 한다.

미국을 제대로 알고, 활용하는 용미(用美)의 능력을 가진 인물을 중용해야 한다. 그런 인물들이 한.미관계를 복원시켜갈 때 국민적 불안감이 해소될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