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의 문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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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1면

어느 시인이 소동파 앞에서 자작시를 읊었다 그랬더니 동파는 백점이라고 점수를 매겼다. 기쁨을 찾지 못한 그 시인은 좀 더 자세히 보평해 달라고 졸라댔다. 『자네의 미성이 70점이고. 시의 쪽은 30점이니까 합쳐서 백점이 된다는 얘길세』-이것이 동파의 말이었다.
요새 우리나라에서 나들고 있는 얘기는 좀 색다르다. 어느 학생이 무슨 전형 시험을 쳤다. 최고득점자가 된게 아닐까 자랑할 만큼 좋은 성적이었는데도 낙방이 됐다. 그럴수가 있냐고 따져봤더니 한 실무자가 『참다운 실력이란 성적 50점에 교제 50점을 합친 것』이라고 태연스레 말하더라는 것이다. 문교부에서는 대학입학 예비고사 실시 날자를 12월19일로 확정하였다. 종래는 기초 실력이 없어도 들어갈수 있던 대학의 문이 그만큼 좁아진 셈이다.
예시제가 잘만되면 학원모리는 어렵게 되고. 우리네 대학도 조금씩 정화될 것 같기도 하다. 문교당국에서도 바로 이 점을 노리고 한 일일 것이다.
그러나 두어 달 정도의 너무나도 짤막한 준비기간이 수험생들에게 불합리한 부담을 주게 된 것이 아닐까 하는 두려움도 있다.
지금까지 이과와 문과로 나누어져서 공부해오던 고교생들 사이의 불균형, 또는 남·여학생의 비례문제 등이 벌써부터 염려되고 있다.
특히 알쏭달쏭한 것은 예능과 체육계 진학생들은 이 예시와는 아무런 관계가 없게한 점이다.
이것은 예능·체육의 이름만 팔면 대학에서 배울만한 기초실력이 없는 엉터리 학생도 얼마든지 대학의 문을 들어설 수 있다는 것이나 다름 없다. 그리고 또 실력 이외에 「문제」가 필요하다는 얘기로도 들린다.
어딘지 앞뒤가 안 맞는 것만 같다. 수험생들에게 매인당 수험료 5백원에 용지값 50원 도합 5백50원을 받기로 햇다는 얘기도 석연치 않았다.
올해 전국의 수험생을 10만 명이라고 줄잡아봐도 5천5백만원이 넘는다. 이 많은 돈이 어디에 쓰이게 된 것인지 알 길이 없다.
대학에 돌아가려면 예시는 봐야 할게고, 그러자니 아무리 비싸도 울며 겨자 먹기로 수험료는 바쳐야 하고. 이런 아픈속을 내다보고 엄청난 수험료를 징수한다는 것은 학원모리를 해소시키겠다는 문교당국의 처사로는 좀 납득이 가지 않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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