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모델링 할 필요 있나? 새 집으로 이사하면 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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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현주ㆍ강주희 기자] “리모델링은 무슨…. 집이나 팔렸으면 좋겠구만.”

정부가 리모델링 수직증축을 최대 3개층까지 허용하고 일반분양물량도 전체 가구수의 15%까지 늘였지만 수도권 대부분 지역이 시큰둥하다.

10일 경기도 고양시 일산신도시 태영데시앙 단지 안에서 만난 주민 윤구식(57)씨. 그는 “신문에 리모델링 얘기가 나오긴 하던데 굳이 돈 들여가며 집 고칠 필요 있나. 집만 팔리면 새 아파트로 이사하면 되지”라고 말했다.

리모델링 규제 완화의 가장 큰 수혜지역으로 손꼽히는 지역인 수도권 1기 신도시. 분당신도시를 제외한 일산ㆍ평촌ㆍ중동ㆍ산본신도시 주민은 대부분 윤씨와 같은 반응이다. 규제 완화로 수익성이 좋아지기는 했지만 여전히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이 부담스럽다는 것이다.

업계에 따르면 리모델링에 드는 비용은 가구당 평균 1억원 안팎이다. 평균 시세가 3.3㎡당 1800만원인 아파트(1000가구 기준)를 같은 크기로 리모델링(수직증축 3개층, 일반분양 15% 적용)할 경우 일반분양으로 자금 부담을 줄여도 가구당 8000만원 이상 내야 한다. 일산동 백두공인 박윤미 공인중개사는 “다들 집값이 더 떨어질 것을 걱정하지 돈 들여서 리모델링하려는 집주인은 거의 없다고 봐야 한다”고 전했다.

시세 변화도 없다. 경기도 부천시 중동신도시 중동스마트공인 관계자는 “주민들이 리모델링 규제가 완화됐는지도 모르고 있을만큼 문의도 없고 관심도 없다”고 말했다.

수도권 대부분 지역 '시큰둥'

경기도 안양시 평촌신도시 신평촌공인 김민정 사장은 “5년 전에 일부 아파트를 중심으로 리모델링이 추진됐었지만 경기 침체와 함께 흐지부지됐다”며 “아직까지 리모델링은 시기상조”라고 말했다.

호가가 오르고 있는 분당신도시와 달리 이들 신도시의 반응이 싸늘한 데는 집값이 작용한다. 조인스랜드부동산 조사에 따르면 현재 분당신도시 평균 아파트값은 3.3㎡당 1524만원선이다. 산본신도시(1158만원), 중동신도시(973만원), 일산신도시(950만원), 산본신도시(884만원) 등지보다 25~42% 비싸다.

예컨대 분당신도시와 일산신도시 내 같은 규모 단지의 공급면적 99㎡형을 가구당 1억원을 들여 리모델링한다면 분당은 현재 집값의 22%가 오르면 리모델링에 들인 비용을 회수할 수 있지만 일산은 집값의 35%가 올라야 하는 것이다.

전문가들은 “같은 비용을 들여서 리모델링하는데 값이 비싼 아파트일수록 집값이 오를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지역적으로 반응이 다를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때문에 인기 지역, 인기 단지를 중심으로 제한적으로 리모델링이 추진될 것이란 전망이 나온다. 우리은행 부동산연구실 홍석민 실장은 "부동산 경기가 어느 정도 회복돼야 향후 집값이 올라 리모델링에 들인 비용을 회수할 수 있을 것이라는 기대감이 생기고 리모델링이 활성화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이어 "서울 강남권이나 분당신도시 역세권 단지 등 집값이 비싼 편이고 향후 가격이 오를 만한 단지 등에 제한적으로 효과가 나타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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