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단의초점 현대미술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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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5면

오늘의 미술작품을 수장할 현대미술관이 우리나라서 처음 창설, 연내로 문을 열게 된다. 문화공보부는1일 이같은 안이 추진중임을 밝히면서 건물은 우선경복궁 미술관을 수리해 현대미술관의 간판만이라도 걸어놓겠다고 다짐했다.

<미술진흥의 기틀>
이춘성문공부차관은 기자가 요청한 단독 회견에서 『현대미술관은 우리나라 미술의 진흥을위해 시급한것이고 또 그발전의 기틀로 삼으려는데 뜻이 있다』고 취지를 분명히 했다. 그래서 5일 국전이 막을 닫는대로 수리를 서두를 계획임을 비치며, 다만 예산의 뒷받침이 없어 작품을 사들이는 것이 큰 걱정이라고 말했다.
우리나라엔 현재 단한군데의 현대미술관도 없으며 일관성있는 개인수집가도없다. 일찌기 이왕가박물관(현덕수궁미술관에 이관해 수장했음)이 다소 사모은것이 있으나 8·15로 중단됐고, 그나마 전시장소가없어서 창고속에 사장돼 있다. 그래서 해방후 20년간의 미술작품은 뿔뿔이 흩어져있고 현대미술사에 공백이될 우려마저없지않다.
이차관은 이점을지적, 금년국전부터라도 중요작품을 사놓는게 문제라고말했다. 그는 미술관 운영을위하여 어떠한운영기구를 둘것인지에대해서 일절언급을 회피했으나 필연적으로 심사위원회같은 매입작품의 선정기구가 구성될것으로 내다보인다.

<최초의 공식평가>
그 심사위원회는 미술작품을 평가하는 최초의 공식적인 기구(기준)가 되리라는 점에서 지금 미술계의 모든 촉각은 그리로 쏠려 있으며, 때에 따라서는 커다란 논란이 일어날것이 예상된다. 이제까지아무런 평가기준이없이 무질서 상태에있는 우리나라미술계는 처음으로 관문에부딪치게되며 현대미술관으로선 이것을 첫 시련으로겪게 될것이다.
미술계가 두려워하고 있는 것은 곧위원회의 구성이 관권의 횡포나 정실로 흐르지 않을까 하는 점이다. 하나의 행정관서인 문공부가 갑자기 이 부면을 관장, 예비지식도 없이 독단을 자행할때 자칫 그같은 전철을 남겨놓기 십상이라고 우려하고 있는것이다. 그점은 예술원이 국전에서 거의 전권행사를 해오고 또 미협이 국제전출품을 전담하고 있으나 양자가 다 고질적인 병폐때문에 비난받고있느니만큼문공부의 태도는 더욱 주목을 받지 않을수없다.

<각계대표 모아야>
미술에 관한한 정책수립기관으로서의 예술원이 그 권위를 잃고, 권익옹호 단체로서의 미협이 파쟁의수라장으로 됐다면 작품평가기구로서의 심사위원회를구성하는데는 과연 어디에자문해야할까. 그렇다면 사실상 공신력을 기대할 아무런 미술단체도 기구도 없는셈이다. 현실적으로 가능한 방도라면 예술원·미협·평론계·박물관에서 각기대표를 추대해 구성할 밖에 없다는것이 미술계의 중론이다.
따라서 이 위원회는 문공부가 구상중인 것으로전하는 국제전개최에도 크게 작용할 것으로 보이며 특히 국전과 어떠한 유대를 갖느냐는 것은 『그것과 그게 무슨 관계가 있느냐』고반문하면서도 많은 미술계인사들은 귀를 기울이고 있다. 이문공부 차관은 현대미술관과 국전의 관련을극구 부인하고있다.
그러나 한 믿을만한 소식통은 금년 국전이 예년에없이 소란했음을 지적, 국전심사의윈회 선정권(법령으로 정해있음)을 예술원으로부터 되찾아낼 것이다고 내다보면서 현대미술관과 연관지어 말했다.
그것은 현대미슐관이 앞으로 우리나라 현대미술의 방향을 제시하는 기름이되도록 하겠다는 이차관의말을 상기시켜 주고있다.
예술원의 미술분과 회원중에는 이러한 소식에대해 즉각 반응을 보이고 관권의 횡포라고 반박, 『악의에 찬 명예훼손 수법』이라고 맞서고있어 귀추가주목된다.
문공부는 경복궁미술관이 지난8월 국립박물관소관으로 이관된것을 곧 시정, 부내 예술과가 관장토록조처하겠다고 밝혔다. 그러나 같은 대통령령인 예술원의 국전심사위 선정권의 개정은『아직 생각한바 없다』고 말했다. <이종석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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