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데이터로 본 강남] 병원 제일 많은 강남, 정작 아프면 다른 동네 가야 하는 속사정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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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료: 건강보험심사평가원 건강보험통계(2012), 강남구 사회조사

서울에서 병·의원이 가장 많은 자치구는 강남구다. 서울시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으로 서울에 있는 의료기관은 모두 1만5942곳이다. 이 중 2369곳(14.9)%이 강남구에 몰려 있다. 이어 서초구(1139곳), 송파구(982곳), 강동구(713곳) 순이다. 강남구에는 삼성서울·강남세브란스·차·우리들·베스티안 등 종합병원도 5곳이나 있다. 종합병원이 강남구보다 많은 지역은 한림대부속 강남성심·한강성심·가톨릭대 여의도성모·성애·대림·명지성모·충무 병원이 있는 영등포구가 유일하다.

 거주 인구 대비 의료기관 수도 강남구가 단연 앞선다. 인구 1만 명당 의원 수는 전국이 5.5곳, 서울이 7.3곳이다. 강남구는 무려 23.4곳이나 된다. 중구(16.1곳), 서초구(12.4곳), 종로구(10.3 곳) 등 도심 오피스빌딩 밀집지역이나 강남 역세권 지역의 의료기관 밀집도가 높은 편이다.

 강남구의 인구 대비 의료기관 수가 다른 지역에 비해 압도적으로 많기 때문에 이 지역 주민은 훨씬 편리하게 의료 서비스를 제공받는다고 생각할 수 있다. 하지만 의료 관계자들은 고개를 가로젓는다. 종합병원을 제외하면 강남구의 의료기관 분포가 다른 지역과 판이하게 다르기 때문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건강보험통계에 따르면 전국적으로 의원 가운데 내과가 3929곳(2011년 기준)으로 가장 많다. 이어 소아청소년과(2178곳), 이비인후과(2061곳), 정형외과(1791곳), 산부인과(1497곳), 안과(1398곳), 피부과(1058곳), 비뇨기과(977곳), 성형외과(796곳) 순이다. 서울만 봐도 내과(925곳), 이비인후과(553곳), 소아청소년과(524곳) 순이다. 배가 아프거나 감기 증상이 나타날 때, 아이들이 열이 나거나 발을 삐었을 때 등 흔하게 앓는 병을 치료하는 1차 진료기관 수가 많은 것이다.

 하지만 강남구는 성형외과(288곳)와 피부과(123곳)가 1, 2위다. 3위인 내과(74곳)와의 격차도 크다. 안과(67곳)·산부인과(51곳)가 이비인후과(47곳)·소아청소년과(30곳)·정형외과(27곳)보다 많은 것도 다른 지역과 다른 특징이다. 당장 몸이 아파 치료받으러 가는 의료기관보다 미용 등을 위해 찾는 의원이 다수인 것이다.

 김영진(내과 개업의) 대한의원협회 이사는 “내과·소아과·이비인후과 등은 정부에서 수가를 정해주는 보험 진료를 위주로 하는 반면, 성형외과·피부과 등은 진료 가격을 정할 수 있는 비보험 진료 위주”라며 “강남구는 임대료가 비싸 보험 진료를 주로 하는 의원은 개업해서 살아남기 어렵다”라고 말했다.

 이렇다 보니 강남구에는 병원은 많지만 아플 때 가는 1차 의료기관은 상대적으로 많지 않은 역설적인 상황이 생긴다. 한 내과 전문의는 “압구정동에 1차 진료 의원이 많지 않아 한강을 건너 약수동이나 옥수동에 있는 의원을 찾는 강남 주민도 있다”며 “성형외과·피부과는 많지만 정작 혈압·당뇨를 조절할 집과 가까운 병원은 부족한 셈”이라고 말했다.

김성탁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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