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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대법원장의 취임

중앙일보

입력

지면보기

종합 02면

19일 제4대 대법원장이던 조진만씨가 정년퇴직하고, 21일에는 제5대대법원장으로 민복기씨가 정식으로 취임하게 되었다. 국민은 그동안 사법부를 맡아 수고해온 조대법원장의 노고를 치하하고 신임 민대법원장의 앞길에 많은 행운과 건투가 있기를 빌어마지 않는다. 대법원장의 교체는 비단 법조계에 한정된 문제가 아니고, 국민의 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법원의 판결과 법원행정에 지대한 영향을 끼치는 것이므로 신임대법원장에게 거는 기대는 막중한 것이다.
조진만전대법원장은 퇴임사에서 『국민이 믿어주는 법원, 옳은 일을 감행하는 법원의 실현』을 목표로 하였으나 자신의 역량부족과 인원·시설·예산면에서 제약을 받고 복잡한 사건의 폭주와 비현대적사무처리절차때문에 당초의 목적을 달성할수없었다고 회고하였다. 인원·시설·예산면에서의 부족은 신임 대법원장에게 물려준 달갑지 않은 유산이며 사건의 폭주와 사무처리절차의 비현대화는 신임 대법원장이 극복해야할 첫난제라고 하겠다.
전임대법원장이 행정면에있어서 보수적이어서 법원시설을 현대화하지 않았고, 법관의 결원을 채우지못하고 법관의 인사교류에 신축성을 결여했던만큼 신임대법원장은 사법행정의 혁신을 가져와야할것으로 생각한다. 민대법원장은 사법개혁위원회같은 것을 구상하고있으며 사법행정의 혁신을 의도하고있는것으로 알려져있는바 조속한 시기에 그의 탁월한 행정력이 발휘되어 이것이 실현되기를 바라마지않는다.
사법부혁신에있어 가장 긴급한것이 법관의 결원보충이다. 신임대법원장은 법관의 결원보충을 위하여 비상대책을 강구하여야만할 것이라고 생각한다. ①그 한 방법으로는 법관의 처우를 개선하여 재야법조인을 임명하는 방법이 있을 것이고, ②다른 한 방법은 사법대학원 졸업생의 군복무기간을 단축하거나 군복무를 유예하는 방법이 있는바, 이 두방법으로써라도 부족법관은 빨리 보충할 수 있을것이라고 우리는 생각한다. 군법무관의 결원은 현재의 군법무관시보임용으로 가능할 것이므로 군당국과의 교섭여하로 그가능성은 크다고 본다.
전임대법원장은 사건기록을 검토하고 판례의 통일성에 관심을 가지고 법률용어등에 한글사용을 단행한바있다. 그러나 신임대법원장은 대법원판사의 판결에는 관여하지 않는것이 옳을 것같다. 대법원의 심판은 4인의 대법원판사로써 구성되는 부에서 행하고 판례변경의 필요성이 있거나 위헌판결을 하는 경우에만 대법원판사전원으로써 구성되는 전원부에서 판결할수있는바, 대법원장은 판결에는 관여할수 없는 것으로 해석하여야 할것이다. 특히 『대법원재판서에는 합의에 관여한 대법원판사의 의견을 표시하도록』법원조직법이 규정하고 있으므로 소수의견이나 반대의견이 많이 나오도록 권장하여야만 할것이다.
또 전임대법원장은 「사법자제주의」에 따라 위헌판결을 한건도 하지 않았는데 신임대법원장은 「사법자제주의」를 따르지 말고 미국의 최고재판소와 같이 많은 위헌판결이 나오도록 권장하여야 할것이다. 미국헌법에는 위헌심사에 관한 규정이 없음에도 불구하고 위헌심사제도를 도입한 「마셜」최고재판소소장과 같은 용기를 가져 헌법에 명시되어 있는 대법원의 위헌입법심사권을 활용하여야 할것으로 생각한다. 사법자제주의는 사법의 임무를 포기하는 것이요, 헌법을 경시하는 것이라고 하겠다.
대법원장은 「대법원의 일반사무를 관장하며 관하 법원의 법원행정사무를 지휘감독할」뿐이요 「대법원판사회의 의장」으로서 동료중의 1인자로 사회자의 역할에 그치는 만큼 대법원 판사간의 인화유지에 노력하고 대법원의 민주화를 기해야만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인권보장의 최후의 보루인 대법원을 맡게될 신임 민복기대법원장에게 국민의 기본권보장과 사법부 개혁등에 큰기대를 걸며 앞으로의 6연간 재임중에 역사에 남을 업적이 많기를 빌고자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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