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집집마다 베틀노래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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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베틀 노세 베틀 노세
옥란 강에 베틀 노세
베틀다리 양네다리
이내다리 두 다리에
합이 합쳐 육다릴세
안동군 남후면 낙동강 기슭의「무주무」마을 3백여가구에선 베짜는 아낙네들의 베틀 노래 소리가 그칠 줄 몰랐다.
구성진가하면 은근하고 갑자기 바람결에 꺼질 듯 하면서도 끈기 있는 추풍감별곡등 가락 속에서 이곳 사람들은 베틀에다 가을을 엮고있다.
팔월한가위를 고비로 삼베 짜기의 막바지에 올라, 마을 곳곳에서 온 가족이 한자리에 모여 마지막 손길에 바쁜 모습이 뚜렷했다
안동마포. 예부터 명물로 손꼽혀온 그 노르스름한 빛깔의 아름다음과 부드러운 촉감, 습기에 강한점등은 어떤 딴 지방의 삼베도 따를수 없다는 것이 자랑이었다.
안동군 15개면, 2만8천여 가구 가운데 5천8백88가구가 농가부업으로 이곳의 명물인 안동포를 만들어 내고 있다.
남후면 수심촌의 서대현씨(59)는 낙동강 7백리 그 한복판에 자리잡은 안동만이 가진 좋은 토질의 산물이라고 했다.
식부면적만도 25만6천1백66평이 되는 이곳의 삼은 딴 곳과는 달리 삼 껍질을 벗길 수 있고 , 질이 연해 아무리 덥고 습기찬 때라도 잘 마르는 것이 특징.
그래서인지 안동마포로 지은 옷을 입어본 사람이면 한 여름철에 딴 옷은 걸칠 수가 없다고 했다.
매년 7월초순 이른봄에 뿌린 삼씨가 싹터 2백20센티쯤 자란 뒷면 강가에 깊은 구덩이를 파고 마을에서 거둔 수백단의 삼을 함께 삶는다.
장작불을 피우고 삼을 넣고 그위에 돌무지를 쌓은 후 적당한 시간이 지나면 갑자기 불을 꺼야 하는 통에 온 마을사람이 물동이로 물을 퍼붓는 광경은 떠들썩한 구경거리.
삼을 쪄서 껍질을 벗기고 다시 외피를 훑어내는등 잎훑기, 단묶기, 쪄내기, 껍질 벗기기, 도도마리감기, 풀칠, 삼베짜기 등을 거친 안동마포는 크게 나눠「생냉이」와「무삼」으로 구별되고 있다. 그중 생냉이는 해외수출용.
지난 한햇동안 1만2천5백53필을 팔아 1천2백99만8천여만원의 수입을 올리기도 했다. 올해 생냉이 한 필 값은 4천5백원.
「무주무」마을의 한정희 여인(47)은 사방 방문을 꼭 걸어 잠근채 베 짜기에 바빴다.
「비테」로 허리께를 두르고 꼴드마리로 바디집을 버티는등 발뒤꿈치에 맨 줄을 당기고 놓으면서 온 몸으로 베틀을 움직이는 고통은 삼베일이 끝나는 지금이 제일 심하다고 했다.
40일을 꾸준히 일해야 생냉이 한필을 만들 수 있다는 말이었다.
10년전만 해도 명물 소문만 난채 팔리지 않던 안동마포는 이제 수요를 메우지 못하고 있다. 지난64년 어떤 재일교포가 안동마포에 눈 떠 일본으로 수출하면서부터 이곳의 명물은 재래식 가내수공업 방식을 벗어나 부락마다 공장을 차리는등 그 생산방법의 개량을 서두르고 있다.
옷감만으로 알려졌던 안동마포는 침대보·방석·의자「커버」등의 생산도 시작했다. 가내수공업「센터」가 들어서고, 벌써 2백명의 삼베기능공이 양성됐고, 아낙네들의 일로만 여겨오던 해묵은 풍습도 수입에 눈뜨면서 달라져 오히려 남자들이 더 큰 관심을 갖고 명물을 만드는데 열심이었다. 글· 백학순기자 사진·이종완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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