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누리당 곳곳에서 ‘암투’가 벌어지고 있다. 이달 21일까지 마무리될 전국 17곳의 시·도위원장(임기 1년) 교체 작업 때문이다. 이번에 선출될 시·도위원장들은 내년 6월 지방선거에서 해당 지역의 기초단체장과 광역·기초의원 후보 공천에 영향력을 행사할 수 있다. 이 때문에 외부에 잘 드러나진 않지만 시·도위원장 자리를 놓고 물밑전쟁이 벌어지는 곳이 여러 군데다.
서울이 대표적이다. 서울시당은 현재 재선의 김성태(강서을)·김을동(송파병) 의원과 원외인 이성헌 전 의원의 3파전 양상이다. 당초 현역 의원들 사이에서 김성태 의원이 시당위원장을 맡는 것으로 얘기가 됐지만 원외의 박근혜계 핵심인 이 전 의원이 도전장을 내밀면서 분위기가 복잡해졌다.
김 의원은 “현역 의원을 제치고 원외 당협위원장이 시당위원장을 맡은 경우가 거의 없다”고 주장하지만, 이 전 의원은 “서울엔 현역(16명) 의원보다 원외(32명) 위원장이 더 많기 때문에 원외의 의사가 더 중요하다”고 맞서고 있다.
두 사람은 금명간 직접 만나 담판을 지을 예정이나 한국노총 사무총장 출신인 김 의원이나 연세대 총학생회장 출신인 이 전 의원이나 모두 ‘인파이터 스타일’로 꼽혀 쉽게 합의를 볼지 미지수다. 김 의원은 시당위원장을 하기 위해 당 제5정조위원장 자리도 고사한 상태다. 여기에 김을동 의원이 여성 당원들의 지지를 등에 엎고 시당위원장 도전 의사를 내비치고 있다. 김성태 의원은 당내 비주류, 김을동 의원과 이성헌 전 의원은 주류인 박근혜계로 분류돼 경선으로 가면 계파 대결 양상이 될 공산도 있다.
경북도당에선 재경부 차관 출신의 김광림(안동) 의원과 국가정보원 국장 출신인 이철우(김천) 의원이 수개월째 갈등 상황이다. 둘 모두 재선이나 김 의원은 도당의 관례(‘재선급, 나이 순’)에 따르면 자신이 먼저 해야 한다고 주장한다. 김 의원은 65세, 이 의원은 58세다. 하지만 이 의원은 김 의원이 지난 4월 국회 예산·재정개혁특별위원장으로 선출됐기 때문에 ‘시·도위원장은 국회·당직과 겸직을 금한다’는 관례와 어긋난다고 반박하고 있다. 두 사람은 최근에 만나 이 문제를 논의했지만 서로 입장 차만 확인했다고 한다. 경북도당은 후유증을 우려해 합의를 종용하고 있지만 경선 가능성도 배제하기 어렵다.
재선의 대선 때 박근혜 후보 비서실장을 지낸 이학재(서-강화갑) 의원과 이명박계의 박상은(중-동-옹진) 의원이 경쟁하고 있는 인천의 상황도 미묘하다. 최근에 인천 당협위원장들이 모인 자리에서 시당위원장 합의 추대 문제를 논의했으나, 두 의원 모두 출마 의사를 굽히지 않았다고 한다.
대구시당에선 현 시당위원장인 이명박계 주호영(수성을) 의원과 박근혜계 조원진(달서병) 의원이 신경전을 벌였지만, 최근 조 의원이 당 제2정조위원장으로 가면서 자연스럽게 주 의원이 연임하는 것으로 정리가 됐다. 주 의원이 내년 시장선거 불출마 입장을 밝힌 것도 연임에 영향을 미쳤다고 한다.
대구시처럼 일부 지역은 시·도위원장들의 윤곽이 드러나고 있다. 경기는 고희선(화성갑) 의원, 부산은 유재중(수영) 의원, 대전은 이장우(동구) 의원, 경남은 신성범(산청-함양-거창) 의원, 충남은 성완종(서산-태안) 의원 등이다.
김정하 기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