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평준화」 길은 멀다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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종합 03면

중학교 무시험 입학을 골자로 한 「7·15개혁」을 발표한 문교부는 갑작스런 실행에서 빚어질 갖가지 부작용을 제거하려고 한다지만 이해가 상반되는 학부형과 일부 사립중학교의 틈바구니에서 「고전」하고 있다.
교육계나 학부형을 막론하고 6백만 어린이를 입시지옥에서 해방시킨 7·15개혁을 지금도 한결같이 환영하고 있다. 그러나 학부형들은 실력에 따른 선택의 자유가 없어진 중학교의 시설과 교사구성을 어느 학교나 고르게(평준화) 해주길 바라고 있고 일부 기존 사립중학교들은 엄격한 평준화 계획 실시로 어쩔 수 없이 희생이 마르게 되어 문교부정책을 쌍수들어 환영할수만 없다는 것이 실정이다.
문교부는 지난 8월 26일부터 열흘동안 박희범차관을 책임자로한 조사반을 직접 현장에 보내 서울시내 1백3개 사립중학교 중 50개교를 조사한 결과 시설이 부비했거나 「교원조직」이 엉망인 24개교를 골라냈다. 이가운데서 5개교는 내년도 입학자 배정을 중지시키고 그 밖의 19개교는 오는 11월30일까지 시설의 보완, 교사의 재구성을 명령했으며 이 기한안에 지적된 사항의 보완 조처를 이행하지 않을 때는 내년도 입학자 배정을 중지 하겠다고 경고했다.

<사학자주성 침해>
일이 이쯤되자 서울 시내 사립학교장들은 즉각 이에 반발하고 문교부의 이같은 강경조치는『사학의 자주성을 무시한 관권의 남용』이라고 규정, 이의 시정을 요청하기에 이르렀다.
문교부가 처음 7·15개혁을 발표했을 때 교육계에서는 『보조금 한푼 주지 못한 사학(중·고교)을 어떻게 다스릴 것인지』에 대해 말이 많았다.
이 같은 교육계의 우려가 입학추첨을 실시해 보기도 전에 일찌감치 문교정책의 또 다른 골칫거리가 표면에 드러나기 시작한 것이다.
문교부의 사학에 대한 시책에 앞장서서 반기를 들고 나온 이들은 누구보다 사립 중·고교장들이었다.
문교부가 5개 사립중학교의 입학자 배정을 중지하고 19개 중·고교의 시한부 시설 보완 명령을 내린지 지난 10일 서울 시내 70여명의 사립 중·고교장들은 사학회관에 모여 선후책을 의논했다.
이들의 의견은 한결 같이『문교부의 처사가 너무 가혹하다』는 것이다.

<보조 한푼 안주고>
문교부가 보조금 한푼 못 주면서 사학에 지나치게 간섭하는 것은「입시개혁」이란 미명아래 사학의 운영을 휘어 잡아보겠다는 야심으로 밖에 해석할 수 없다는 것이다.
이리하여 이들은 「사학의 자주성」을 지키기 위한 4개항의 시경 결의문을 채택, 관계당국에 건의하고 이것이 관철 안될 때는 가능한 모든 방법을 동원해서라도 꼭 시정토록 하겠다고 다짐했다.
이들이 결의한 4개항과 시정 이유를 물어보면-.
ⓛ 중·고교장 분리 문제 = 학교법인의 형편에 따라 점차로 분리해야 한다. 예컨대 동일구내에 있는 중·고교 교장을 따로 두는 것은 낭비일뿐 아니라 학교운영에도 차질이 생길 우려가 있다.
② 시설의 평준화 문제 = 학교시설이란 시일을 요하는 것이다. 2,3개윌 안에 해결 안 되는 것이 있을 수 있다.
지금 갑자기 시설 미비교를 골라 행정조처하는 것은 그 동안 『감독관청이 직무유기 한꼴밖에 안된다.』 또 인가해줄 때는 소정의 요건을 갖췄기 때문에 문교부가 설립인가를 해줬던 것인데 행정에 일관성이 없는 처사다.
특히 어느 실업교같이 운동장이 전혀 없는등 공립교도 시설 미비교가 많은데 사립에만 조치 하는 것은 형편원칙에도 어긋 난다는 것이다.

<고교비대화 우려>
③ 무능력 교원문제 = 무자격이나 징계규정에 해당되는 교원은 당연히 물러나야 된다. 그러나 문교부가 발급한 교원자격증을 갖고 있는데도 사퇴를 강요하는 것은 납득이 안간다. 문교부는 이러한 교원이 행정소송을 할 경우 책임을 면치 못 할 것이다. 교권의 능력은 교장이 가장 잘 알 것이니 교장에게 맡겨라.
④ 일류 중학 폐쇄 문제 = 중학의 고교학급을 늘리는 것은 부당하다. 이는 고교의 학교차를 조성하는 결과가 되기 쉬우며 고교의 비대화로 학생의 생활지도가 어렵게 된다는 것 등이다.

<개혁엔 무리 따라>
이에 대한 문교부의 반응은 극히 냉담하다. 「7·15개혁」은 그 특수성으로 보아 약간의 무리는 따르게 마련이며, 그러나 문교부로서는 법 테두리 안에서 무리하지 않은 행정을 수행해 나가고 있고, 또 그렇게 할 뿐이라고 말하고 있다.
기왕에 문교부의 설립인가를 받은 학교라 할지라도 약속된 시설을 갖추지 않거나 무자격 무능교사들만으로 학생을 맡게하고 있다면 비단 그 학교 학생이나 학부형 문제에 그치지 않고 국가 장래에 중대문제이므로 그냥 보곤 있을 수만은 없다는 것이다.

<성패는 평준화에>
더구나 내년부터 실시되는 추첨 입학으로 이들 시설부비된 중학교에 들어갈 학생이나 학부형들의 입장이 되어 본다면 문교부의 조치를 이해해 줄 수 있을 것이라고 밝히고 있다. 아무튼 7·15 개혁의 성패는 중학교의 평준화에 달려 있는 만큼 여기에서 우러나는 사학과 문교당국의 마찰은 두고 두고 계속 될 것으로 보인다. 관계자들의 견해는 이러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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