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성 간 박 대통령 …'천지삐까리' 환영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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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근혜 대통령이 5일 취임 후 처음으로 지역구였던 대구시 달성군을 찾았다. 지난해 9월 이후 9개월 만이다. 박 대통령은 1998년 대구시 달성군 보궐선거에서 국회의원에 당선된 뒤 이곳에서 4선을 했다. 지난해 4월 총선 때 새누리당 비상대책위원장으로 선거 전체를 책임지면서 14년 동안 자신의 정치적 모태(母胎)가 됐던 지역구를 달성군수 출신의 이종진 의원에게 물려줬다.

 박 대통령은 국회의원 시절 지역구를 각별히 챙기기로 유명했다. 매년 새해가 되면 ‘대구·경북 신년 교례회’에 참석했고, 달성군 관내의 노인복지관과 노인정을 찾았다. 달성군의 경로당을 돌 땐 노인들 앞에서 “천지삐까리(‘많다’의 경상도 사투리)” “쌔삐렀다(‘많다’의 또 다른 경상도 사투리)” 같은 ‘사투리 개그’를 써가면서 분위기를 풀었다.

 이날 대통령 신분으로 금의환향(錦衣還鄕)한 박 대통령을 달성군민들과 대구 시민들은 열렬히 환영했다. 박 대통령이 가는 곳마다 시민들이 도로를 가득 메웠다. 박 대통령을 수행했던 청와대 관계자는 “미용실 파마를 머리에 감고 나온 사람도 있었고, 식당에서 밥 먹다가 나와 손을 흔드는 시민도 보였다”고 전했다.

 대구 합동정부청사 앞 도로에선 돌발상황도 일어났다. 한 할머니가 박 대통령의 손을 잡기 위해 차량을 향해 뛰어오는 모습을 본 박 대통령이 예정에 없이 차에서 내려 할머니의 손을 잡았다. 청와대 경호실도 예상치 못했던 상황이었다. 청와대 관계자는 “경호실에서 무척 놀랐다”며 “지방 분들에 대한 대통령의 관심과 의지를 보여준 것”이라고 설명했다.

 박 대통령은 대구시 달서구에서 달성군으로 넘어가는 경계지점의 도로에선 하차하지 않은 대신 승용차를 서행시키면서 창문을 내리고 손을 흔들어 시민들에게 답례하기도 했다.

 달성군 노인종합복지관에 도착한 박 대통령은 “(대통령으로서) 일을 하다 보면 힘들고 어려울 때가 한두 번이 아닌데 그때 따뜻하게 손을 잡아주시고 격려해 주시던 어르신들 모습을 떠올리면서 힘을 내고 있다. 이렇게 대통령이 돼서 다시 뵈니 감회가 새롭다”고 소감을 밝혔다.

 그러면서 틀니, 임플란트, 요양서비스 등 노인 공약을 언급하며 “어르신들이 기대하는 나라를 꼭 만들어서 성원에 보답드리겠다”고 다짐했다.

 또 대구·경북 지역 인사들과의 오찬에선 “대선이 끝나고 처음으로 대구를 방문하게 됐는데, 이렇게 고향의 여러분을 모시고 좋은 시간 갖게 돼서 기쁘게 생각한다”며 “작년 총선을 앞두고 대구 지역구를 떠나면서 좋은 나라를 반드시 만들어 여러분의 기대와 성원에 어긋나지 않겠다고 드린 말씀을 항상 마음에 새기고 있다”고 했다.

 박 대통령은 그간 대전(국방과학연구소, 천안함 용사 3주기 추모식)과 충남(‘수리온’ 전력화 기념행사, 충남도청 개청식, 장교 합동임관식), 세종시(국토교통부·환경부 업무보고) 등 충청권을 여러 차례 찾았고, 호남(5·18 민주화운동 기념식)과 경기도(식목일 기념행사)에도 다녀왔다.

 박 대통령은 이날 대구 국가산업단지 기공식에선 “산업과 기술, 산업과 문화가 융합하는 창조경제의 중심에 서는 방향으로 (산업단지를) 리모델링하겠다”고 밝혔다. 최근 정부가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예산 축소 방침을 밝힌 뒤 각 지역 자치단체에서 불만을 표시하는 사례가 늘고 있는 상황을 의식한 듯 “SOC사업도 문제가 있는 사업 외에 지역 주민들이 불편을 느끼는 사각지대에 대해서는 적정 수준의 투자를 계속해 갈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 대통령은 환경의 날 기념식에 앞선 간담회에선 “정보기술(IT)이나 과학기술을 융합해서 노력하면 세계가 내 시장이라고 휘젓고 다닐 수 있다”고도 했다.

허진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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