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름값 못한 두 스타

중앙일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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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이 시작된지 일주일에 접어들고 있지만 벌써 월드컵 한 달 동안에 벌어질 수 있는 것보다 많은 이변들이 속출하고 있다.

지난 금요일 서울에서 프랑스가 세네갈을 상대로 경기를 시작했을 때만해도 아무도 지난 해 세계 챔피언이었던 프랑스가 대회 일주일 만에 경쟁에서 탈락하는 두번째 팀(첫번째 탈락한 불운한 팀은 사우디아라비아)이 되지 않으려고 기를 쓰고, 본선 2차전에서 우루과이의 페데리코 마가야네스를 막기 위해 파비앙 바르테즈의 막판 활약이 필요할 것이라고 여기지 않았다.

자신들을 비웃는 듯한 우루과이 팀을 맞아 0:0 무승부를 기록하면서 프랑스 대표팀은 비참한 한 주의 절정에 달했다.

게임을 망치는 전술로 유명한 우루과이 선수들은 프랑스 선수들을 자극하기 위해 노력했고, 그 결과 마르셀로 로메로에게 태클을 건 티에리 앙리가 레드 카드를 받자 자신들의 행운을 믿을 수 없어했다.

이날 경기에는 프랑스 대표팀의 중심인 지네딘 지단이 빠진 상태였다. 무릎 부상으로 개막전 경기에 출장하지 않았던 지단은 아직까지 완치되지 않았다.

지단이 빠진 프랑스의 공격은 굼뜨고 방향을 잃은 것처럼 보였다. 반대로 노장 수비수들은 강력한 압박 수비를 펼쳤으나 엘 하지 디우프와 알바로 레코바의 전력을 다한 공격에 결국 무너졌다.

프랑스 대표팀의 16강 진출이 몹시 위태롭게 됐기 때문에 지단은 몸 상태 회복 여부와 상관 없이 덴마크 전에 나오게 될 것이다. 그러나 지단의 출전은 늦은 감이 없지 않다.

프랑스는 철벽 같은 수비와 위험스런 돌파력을 갖췄고 게임에서 서두를 필요가 없다는 것을 알아 심리적으로 유리한 덴마크를 맞아 2점차 승리를 거둬야 한다. 욘 달 토마손과 육중한 미드필더 스티 퇴프팅은 여태까지의 경기에서 스타로 떠오르고 있다.

2점차 이상의 승리를 거두지 못한다면 프랑스는 펠레가 속한 브라질팀이 1966년 본선에서 탈락한 이후 처음으로 본선 1회전에서 탈락하는 우승팀이 될 것으로 보인다.

적어도 프랑스 대표팀은 자신들만이 몰락하는 승자가 아니라는 점에 위안을 얻고 있다. 스페인 대표팀은 첫 경기에서 슬로베니아를 맞아 승리함으로써 1950년 이후 처음으로 '첫 경기 징크스'를 깼다. 그러나 이 징크스가 이웃한 포르투갈로 옮겨간 듯하다.

물론 포르투갈이 결연한 의지를 갖춘 조직적인 미국 대표팀에 패배할 가능성을 고려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그러나 안토니우 올리비에라 감독이 이끄는 포르투갈 대표팀은 포백과 골키퍼가 이제 막 만나 인사를 나눈 듯한 호흡 불일치를 보여주며 3골을 허용해 패배했다. 이는 최고의 팀의 경기라고는 볼 수 없을 정도로 터무니 없는 것이었다.

패배의 결정적인 원인은 '유로 2000'의 실수를 그대로 반복했다는 점이다. 유로 2000 때 포르투갈은 잉글랜드에 3대 2로 승리했으나 2개의 선취골을 내준 바 있다. 포르투갈 대표팀이 유로 2000에서 보여줬던 문제점을 해소하지 못했다는 것은 의심할 여지가 없다.

당시 피구(레알 마드리드)의 재치로 포르투갈은 후반전에서 3대 2로 승리했으나 피구는 유로 시즌 때 얻은 부상으로 여전히 고생하고 있어, 이번 월드컵 중에는 나이키의 광고 '수용소'편이 아니고는 그의 최고 기량을 볼 수 없을 것으로 보인다.

결과적으로 국제축구연맹(FIFA)이 각각 2000년, 2001년 올해의 선수로 선정한 지단과 피구는 16강전 진출에 실패하고 함께 마드리드 집으로 돌아가는 비행기에 오르게 될 가능성도 있어 보인다.

Simon Hooper (CNNSI) / 이정애 (JOINS)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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